[잠깐 읽기] 연약하고도 강인한 식물을 통한 깨달음
식물적 낙관/김금희
<식물적 낙관>은 소설가인 김금희의 식물 산문집이다. 책은 저자의 발코니 정원에 찾아온 연약하고도 강인한 식물들을 통한 깨달음의 기록이다. 또 식물을 매개로 만난 다정한 사람들과 만들어 낸 환한 순간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가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며 통과하는 사계절의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더 이상 식물을 절박하게 대하지 않는다. 그는 ‘식물을 기를수록 알게 되는 것은, 성장이란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각자 떠나는 제멋대로의(때론 달갑지 않은) 모험’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본 식물은 진딧물의 습격을 받고도, 가지의 어느 한 편이 꺾인 채로도 동시에 새잎은 나고 나뭇가지는 길어진다. 성장이라는 무람한 에너지는 늘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발산되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떠올리는 가드닝의 아름다움은 기실 상상에 가깝고 오히려 성장의 개념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주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전한다.
저자는 이처럼 식물이 지닌 생명력과 특질을 명확히 관찰하고 이해해 나가며 식물들의 느긋한 낙관의 자세를 받아들인다. 화분에 심긴 채 발코니에서 살아가는 실내 식물들은, 함께 사는 인간이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뇌하느라 여력이 없는 동안 척박한 환경에 놓인다. 하지만, 외부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생장만을 도모하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식물들은 복잡다단한 인간사에 초연한 채, 무언가를 해치는 일 없이, 각자의 본능적인 삶의 실천만을 이어간다. 식물들이 이룩한 발코니 속 별세계를 묘사한 산문들을 읽다보면 ‘살아가는 것’ 자체의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김금희 지음/문학동네/260쪽/1만 65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