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불평등 악화로 거대한 분열 겪고 있다”
어쩌다 대한민국은 불평등공화국이 되었나?/김윤태
대한민국 행복지수 OECD 최하위권
선별 복지로 ‘부의 집중·팽창’ 불러
“보편적 시민권 원칙, 복지국가 강화”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헤매고 있다. 그 둘의 성취 후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데 2023년 행복지수는 전 세계 146개국 중 59위다(캐나다 15, 미국 16, 영국 17, 프랑스 20, 대만 26, 일본 54, 중국 72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에서 최하위권이다. <어쩌다 대한민국은 불평등공화국이 되었나?>는 “지금 불평등은 한국 사회의 가장 커다란 도전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다”라고 명시한다.
수치는 명확하다. 한국은 2022년 현재 상위 1%가 국민소득 14.7%, 상위 10%는 46.5%를 거머쥐고 있어 ‘소득 집중’이 미국 다음 수준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선진국 중 매우 높은 산재사고 사망률은 ‘지옥 같은’ 한국 사회 현실의 극명한 반영이다. 우리는 ‘익숙한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불평등이 중요한 국가 의제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드러냈으나 ‘한류의 성공’에 가려 이의 성찰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통상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악화됐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소득 분배가 개선됐으나 1992년 김영삼 정부 집권 이후 한국의 불평등은 빠르게 악화됐다. 그리고 1992~2023년 30여 년 한국의 불평등은 유례없이 악화했고 사회의 거대한 분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경제적 차원의 민주주의, 아니 정치적 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남녀 근로소득 격차, 서울과 지방의 지리적 불평등, 세대간·세대내 불평등, 패션 외식 성형수술 연줄 사교육 등 삶의 전반적 차원에서의 문화·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하게 빚어져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멋도 모르고 칭찬한 한국 교육은 인간성 고양의 과정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경쟁의 각축장이다. 그 경쟁 속에서 부모의 사회적 권력까지 동원되는 고도화된 학폭까지 자행된다. 20~30대 청년층 일반의 ‘고용·주거·복지·여가’가 증발한 가운데 비정상적인 ‘여성 혐오’가 돌출하고, 사회적 고립 속에서 고독사가 빈번한 가운데 ‘온 마을 사람들이 돌본다’는 아이의 씨가 마르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형식적 민주화 달성 이후 모든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형 복지국가의 설계자다. 그럼에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약한 복지국가’ 기조 속에서 노인 빈곤율, 비정규직과 불평등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시대적 대세 속에서 복지예산을 늘리고, 부자 증세도 단행했다. 겉보기에 복지 축소를 지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극적·제한적·선별 복지 기조를 취해 부유층과 대기업의 부가 더욱 집중·팽창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포용국가,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확대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려 했으나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증세 없이 재정 적자를 최소화하는, 요컨대 복지 체제의 큰 그림 없이 당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취해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약했던 복지 정책이 윤석열 정부에 와서 더욱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를 강조하면서 부자와 대기업을 살려주는 예산안으로 불평등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평등의 대가>를 쓴 스티글리츠 이론에 기대 독점 규제, 금융산업 통제, 완전 고용, 노동자 권리 강화, 부유층 증세, 복지 확대, 교육 투자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또 소선거구제라는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지역 개발을 주요 정치 쟁점으로 하기 때문에 전국적 차원의 조세와 복지 이슈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행복지수 선두를 점한다. 관대한 실업 부조, 무료 의료 및 교육, 두터운 보육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튼튼한 사회복지 제도 덕이다. 저자는 “보편적 시민권 원칙에 입각한 복지국가를 강화해야 한다”며 “최상위층 소득세 누진율 인상과 단계적으로 중산층과 모든 국민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보편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과 교수다. 김윤태 지음/간디서원/376쪽/1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