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박물관장 환응 스님 “범어사 역사와 정신 새기는 다양한 사업 추진”
‘삼국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응전 학술도록 수상 소식에
학술출판 사업 선정 등 결실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올 들어 여러 성과와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2021년 11월 신축 개관 이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신축 성보박물관(연면적 2959㎡)은 기존 성보박물관(〃 338㎡, 2003년 개관)의 8.5배 이상 규모다. 영남 3대 사찰, 조계종 8대 총림의 하나라는 격에 맞게 성보박물관을 확장한 것이다.
신축 개관 때부터 성보박물관장을 맡은 환응 스님은 “신축 성보박물관 개관 이후 1년 만의 가장 큰 낭보는, 범어사 소장본 국보 <삼국유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된 것이었다”고 했다. 이를 기념하는 ‘삼국유사 기록하다’ 특별전이 지금 열리고 있는데 시민들과 각지의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다고 한다. 특별전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의 뜻까지 보탰다.
그는 “범어사는 근대정신으로 빛난다”며 “특별전을 3월 1일 개막했는데 그것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신축 성보박물관은 ‘범어사 3·1운동 유공비’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는데 독립운동에 앞장선 범어사 정신을 기리는 의미에서 3·1절에 맞춰 개막했다는 것이다. “특히 범어사 <삼국유사>는 유일한 사찰 소장본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전개한 전 범어사 주지 오성월 스님이 소장하다가 범어사에 기증한 것입니다.” 선찰대본산 명명, 당대 최고 고승 경허 스님 조실 초빙이 오성월 주지 스님 때 이뤄진 일이기도 하다.
하반기 중에 특별전과 연계한 출판물인 <삼국유사 가치, 같이> 3종(한글·영문·어린이판)을 발간해 범어사 <삼국유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할 거라고 한다. 성보박물관은 2018~2021년 <범어사의 전적> <범어사의 전각> <범어사의 불화> <범어사의 불상>이라는 소장유물도록 4권을 발간한 적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범어사는 최근 출판물과 관련한 성과를 내고 있다. 환응 스님은 “지난 연말 <불국토를 조각하다, 범어사 대웅전>을 첫 학술도록으로 출간했는데 지난달 뜻밖에도 한국박물관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박물관·미술관상(출판물 부문)’을 수상했다”고 했다. “현재 보물이지만 충분히 국보를 승격할 수 있다는 범어사 대웅전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돼 보람이 있었어요. 서치상 부산대 명예교수님 등 전문가들께서 수고를 해주셨지요.” 학술도록 발간에 성보박물관 신축 개관 후 영입한 이현주(전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부관장 등도 힘을 보탰다고 한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국립진주박물관의 ‘2023년 부산·경남 공사립 및 대학 박물관 학술출판 협력사업’ 공모에도 선정됐다. 그래서 범어사의 깊은 역사를 담은 출판물 <천년고찰 범어사(가제)>도 곧 발간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범어사 역사와 관련된 사진 등 각종 자료를 알려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박물관도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성보박물관은 무료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5~11월(7월 제외) 매달 다른 주제로 진행 중인 ‘박물관 문화탐방을 떠나요!’ 사업이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다. 6~12세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박물관 전시 관람, 시청각 교육, 체험 프로그램으로 매달 1, 3주 토요일 진행 중이다. 부산시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 사업 지원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성보박물관은 부산시 지정문화재인 나한전 불화 2건 7점에 대한 보존·보수 사업도 진행 중이다.
환응 스님은 “신축 개관과 함께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범어사의 역사와 정신을 새길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