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IFF ‘운영위원장’ 신설 근거 된 보고서, 최종본 아니었다
조종국 운영위원장, SNS에 보고서 공개
“BIFF, 예전부터 직책 신설 논의” 주장
이용관 이사장 “최종본 아니야” 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이 자신의 직책이 필요한 근거로 제시한 2018년 BIFF 특별위원회 보고서가 최종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석연찮은 ‘공동 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보고서에 ‘집행위원장 권한을 운영위원장과 나눈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운영위원장 직책이 급조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특별위원회는 그 내용을 최종 보고서에 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부산일보>가 입수한 2018년 ‘BIFF 비전 2040 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특위는 ‘조직 개편’ 추진 방향에 ‘영화의전당과 BIFF 조직 통합이 예상되는 11월 이후 조직 개편을 논의한다’는 내용만 최종 보고서에 남기기로 합의했다. 그해 8월 21일 회의에서 내린 결정으로 특위는 이날 5개월간 활동을 종료했다. 같은 달 27일 총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정리하는 마지막 회의 자리였다.
그런데 조 위원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2018년 특위가 BIFF에 제출한 보고서’라는 문건을 올리며 BIFF가 오래전부터 운영위원장 직책 신설을 논의했다고 역설했다. 문건에는 ‘집행위원장 권한을 프로그램 영역(집행위원장)과 조직 운영 영역(운영위원장)으로 이원화한다’는 중장기 계획이 포함됐다. 특위가 보고서에서 삭제한 부분을 담은 문건을 BIFF에 제출한 보고서라고 주장한 셈이다.
조 위원장이 공개한 문건은 당시 특위가 언급한 내용을 정리한 문서로 추정된다. 특위는 14차례 회의와 자문회의 중 ‘집행위원장-운영위원장 권한 이원화’ 사안을 3차례 안팎으로만 논의했다. 다양한 의견 중 하나였던 이 사안은 당시 특위 위원장이 주로 언급했고,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한 것은 아니었다.
조 위원장이 공개한 문건이 최종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BIFF 내부 인트라넷에 글을 올려 “보고서 버전을 다 확인해서 최종 버전이 어느 파일인지 검수까지 할 수는 없었다”며 “저는 복수의 경로로 받은 최종 파일 몇 개의 내용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집행위원장-운영위원장 이원화 체계 논의가 특정 개인의 사적인 주장이나 별 의미 없는 내용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IFF 이용관 이사장도 지난 21일 ‘BIFF 문제 긴급 토론회’에서 조 위원장이 공개한 문건은 최종본이 아니라고 시인했다. 그는 “집행위원장 권한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보고서로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는 건) 조 위원장 의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운영위원장 선임은) 2018년부터 보고서를 계기로 부산을 포함한 영화인들과 의논을 많이 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BIFF는 2021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앞으로 10년 중장기전략’이라는 보고서도 만들었지만, 조직 개편 방향에 ‘집행위원장 권한 이원화’와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IFF는 지난해 초 이 이사장 연임을 발표하며 이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그동안 이 이사장은 조 위원장 임명을 위해 운영위원장 직책을 신설했다는 비판에 예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BIFF는 지난달 9일 신설한 ‘공동 위원장’에 이 이사장 최측근인 조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내홍이 시작됐다. 석연찮은 인사에 반발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사표를 내고 BIFF를 떠났다. 영화제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이 이사장은 결국 지난달 15일 사태를 수습한 후 퇴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사회는 영화계 반대에 조 위원장에게 거취 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사회는 오는 26일 임시총회에서 조 위원장 해촉 안건을 다룬다.
이 이사장은 지난 21일 ‘BIFF 문제 긴급 토론회’에서 “어떤 점이 사유화이고 전횡인지 예를 들어주시면 답변을 드리겠다”며 “조종국 위원장만큼 원칙대로 효율적으로 일한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규정상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특별한 이유도 명분도 없는데 해촉을 한다는 건 개인의 인권을 심하게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혁신위원회 구성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이 이사장은 “이사회에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