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외국인 창업 늘리려면 비자 문턱부터 낮춰야
까다로운 규제 탓 포기 사례 속출
정부·지자체 적극적인 의지 필요
한국에서 창업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외국인들의 원성이 높다. 까다로운 비자 규제 때문이다. 미래가치가 높은 스타트업 업종에서 특히 그렇다고 한다. 체류기간은 짧은데 신원증명 등 제출해야 할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못해도 두세 달 걸린다. 기관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학위 같은 자격요건도 갖춰야 하고 필수 교육과정도 이수해야 한다. 유니콘(거대 신생기업)의 큰 꿈을 좇는 외국인 예비 창업자들이 한국을 등질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방에서 특히 심한데, 부산의 경우 정부가 마련해 준 외국인 정착 지원제도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
근래 한국에서의 창업을 포기한 외국인들의 사연을 보면 우리나라 비자 정책이 얼마나 구시대적인지 실감하게 된다. 독일 출신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자가 한국에서 살며 창업 비자를 받아 법인을 설립하려 했지만 학사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불허된 게 그 예다. 제안된 사업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사업자 개인의 자격과 신분을 확인하는 데 더 치중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창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드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3월 기준 부산에 체류 중인 외국인 예비 창업자는 겨우 2명이라고 한다. 내놓고 알리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라 하겠다.
이런 현실에는 외국인 창업 지원에 유달리 소극적인 부산시의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 법무부가 도입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서 그 일면을 엿보게 된다.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부산에서 올해 시행되는데, 외국인 인재를 선발해 거주 비자를 주도록 부산시가 법무부에 추천할 수 있다. 그런데 인재 선발 유형 5가지에 정작 필요한 ‘창업’ 부문이 빠졌다. 비자 문제로 국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예비 창업자들이 이 사업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한 셈이다. 사업 공모 당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그랬다는데, 여하튼 부산시가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역 소멸을 걱정할 만치 비수도권 도시의 위상은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동남권의 GRDP(지역 내 총생산) 비율이 처음으로 14% 이하로 떨어졌고, 부산의 경우 5%에도 못 미친다는 동남지방통계청의 최근 자료는 그런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더구나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수한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써야 할 판인데 현실은 찾아오는 외국인 예비 창업자들마저 내쫓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외국인 창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면 우선 비자 문턱부터 낮출 일이다. 정부는 물론 부산시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