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진 찍는 장사익 “우리 주변의 흔적을 그림처럼 보여주고 싶었죠”
칠장이 작업 흔적, 접착제 자국
일상 흔적 스마트폰으로 촬영
추상화·수묵화·단색화 느낌으로
여러 겹으로 칠한 페인트 위에 붙였던 포스터가 떨어지고, 간판 같은 것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접착제 자국.
카메라에 담은 일상 속 흔적이 그림처럼 보였다. 장사익은 사진전이지만 회화와 같은 감성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주변에서 아주 가깝게 보는 흔적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그림처럼 보여주고 싶었어요.” 소리꾼 장사익이 부산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장사익의 눈’이라는 제목의 전시에서 그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벽면이나 틈 등 시간의 흔적을 보여줬다.
전시 막바지인 23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갤러리(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6층)에서 장사익을 만났다.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장사익, 유태평양과 함께하는 더빅콘서트 영남국악관현악단 콘서트’(24일 오후 6시) 공연을 위해 미리 부산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평소 미술 전시를 눈여겨보고 관심을 가졌다는 장사익은 2019년 서예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의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사진전이다.
‘장사익의 눈’ 사진전 25일까지
신세계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최
24일 해운대문화회관에서 공연
장사익은 전시된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고 밝혔다. “팬데믹으로 아주 어렵고 힘들었을 때였죠. 저는 핸드폰이 없기 때문에 아내의 핸드폰을 빌려서 사진을 찍었죠.”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일상 풍경에서 한 부분을 떼어내 사진에 담았다. “삭고 패이고 사라지고 남겨진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칠장이가 벽에 두 번 세 번 칠한 붓질 자국에도 에너지가 있어요. 이름 없는 분들이 남긴 흔적을 확대해서 보면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러날 때가 있어요.”
방수용 도료가 발린 부분과 안 발린 부분, 시멘트 밑 작업에서 드러나는 패턴, 택배 박스 파손을 막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둔 것 등 우리 주변의 한 조각이 단색화가 되고 추상화가 되고 수묵화로 변신했다. 장사익은 이삿짐 플라스틱 박스에 테이프가 덧대진 모습을 찍은 사진을 언급했다. “박서보 선생 작품을 자주 보곤 했는데, 박스의 결을 보면서 이거 찍으면 (선생의 작품과) 비슷하게 보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가 만든 자국에 자연이 세월의 흔적을 입혔고, 장사익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이미지를 찾아냈다. “허투루 다니지 않거든요. 시인이 꽃을 자세히 보는 것처럼 늘 다니면서 봐요. 정식으로 미술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보고 경험한 것이 많아서, 마음에 미적인 것이 자라고 어느 순간 몽우리가 ‘팍’하고 터진 것 같아요.”
장사익은 관람객이 자신의 사진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한 그림’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녹슨 철판 사진의 경우 초점이 맞지 않아요. 이걸 회화로 본다면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요. 옆의 작품도 색이 아름답고 원, 직선, 세모가 만나 멋진 앙상블을 보여주거든요.”
노래하는 장사익이 서예를 하고 사진을 찍는 이유는 더 행복하기 위해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고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예를 들어 마라톤을 하든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10년은 투자를 해야 해요. 60세에 시집을 내고 싶다면 50세부터 준비를 해야 해요.”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예술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다.
장사익은 “어떤 것을 배울 때 훌륭한 선생도 있지만 배움에 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해야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어요.” 지난해 서울 전시에서 장사익은 팬들로부터 ‘사진 촬영용’ 스마트폰을 선물 받았다. “지금은 팬들이 사준 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어요. 음악과 사진은 비슷해요. 나의 마음, 즉 같은 마음이 세상에 나갈 때 하나는 소리로 표현되고, 하나는 사진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사익 사진전은 25일까지 열린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