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마권 접어든 부울경, 철저한 대비만이 살길
25일부터 남부지방 중심 집중호우
위험지역 곳곳 산재 현장 대응 중요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전선이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면서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부울경에도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는 가운데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로 들어오면서 이번 주 내내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정체전선의 움직임에 따른 변수는 있지만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40~60㎜의 강한 비가 예상되므로 침수 피해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장마철이지만 올해는 엘니뇨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마가 시작됐음에도 곳곳에 재해위험지역이 산재해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시는 올해 전국 최초로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도시침수 정보를 제공해 인명 피해를 막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여전히 취약하다. 부산의 침수위험지구 11곳 중 수해 대비 공사가 완료된 곳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2015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북구 덕천교차로의 경우 2025년이 돼야 배수펌프장 등 침수 대비 시설이 완료된다. 대표적 침수위험지구인 동천 일대는 하천과 주택이 인접해 있지만 기본적 침수 대비 시설인 차수막 하나 없는 상황이다. 올 여름철은 버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참사가 발생했던 반지하 주택 침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더 철저한 현장 대비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갈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호우 등 잦은 기상이변으로 재난 대응이 쉽지 않다. 그만큼 통상적 대응만으로는 재난 예방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2020년 7월 차량 7대가 물에 잠기고 3명이 사망한 동구 초량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시간당 80㎜가 넘는 국지성 폭우가 쏟아졌다. 동구청의 허술한 대응이 참사를 더 키워 지난해 관련 공무원 11명이 기소됐지만 인근 지하 저류지 설치 등 근본적 대비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로 당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도 예상치 못한 기록적 폭우에 미처 대처하지 못해 발생했다. 만일의 경우까지 감안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본격 장마철에 접어들자 행정안전부는 일선 지자체에 예찰 활동과 수방 자재 전진 배치 등 안전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부산과 경남 등 남부지방 부단체장들에게 직접 전화해 철저한 대응을 당부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프랑스와 베트남 순방 후 서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행안부 차관에게 장마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재난 예방이 정부의 지시나 당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앞선 사례들을 통해 경험했다. 정부와 일선 현장이 손발을 맞춰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지금 시점에서 인명 피해를 막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