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반려식물병원
가끔 부산시민공원에 나가 보면 사람과 개가 얼추 반반쯤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혼자 나온 사람도 물론 있지만, 많은 사람이 한 마리 또는 그 이상의 개와 유유히 산책을 즐긴다. 각양각색으로 치장한 채 주인의 앞뒤를 오가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왜 반려동물에 매료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원래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 ‘반려’라는 말이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도 붙게 된 연유를 알 만하다.
그런데 사회 격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변화인지, 아니면 타자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식 변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반려라는 말의 용도도 갈수록 넓어지는 모양새다. 반려동물이라는 용어에 대해 여전히 마뜩잖게 여기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선 반려식물이라는 말도 등장해 부쩍 회자한다. 개나 고양이 등이 인간을 위한 일방적인 도구의 영역에서 벗어나 생명 그 자체로서 소통하는 상대로 여겨지며 반려동물로 불리는 것처럼 식물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식물 역시 정서적 교감을 통해 사람에게 심리적인 안정 또는 치유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이 이미 실험과 조사를 통해 이런 효과를 발표했다.
반려식물의 여러 효과가 알려지자, 지자체들이 먼저 나섰다. 지역 내 고립·은둔 청년들이나 어르신들의 정서 안정과 사회 적응에 이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와 기초지자체는 이미 고립·은둔 청년들이나 어르신들에게 반려식물을 보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반려식물에 관한 관심과 보급이 늘면서 이들을 치료하고 돌볼 병원도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반려식물병원’. 며칠 전에는 경남도 산림환경연구원이 내달부터 진주시에 반려식물병원의 시범 운영을 밝혔다. 반려식물 병충해 등의 진단·처방 서비스를 도민들에게 제공하는데, 입원 치료실까지 갖췄다고 한다.
병원에 오면 식물 전문가가 반려식물을 정밀 진단한 뒤 결과에 따라 약제 처방, 분갈이도 해 준다. 반려식물병원은 경남 외에 서울에서도 올해 4월 전용 종합병원이 개원했으며, 광주 등 다른 지자체들도 수시로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주민들을 위해 반려식물 보급 사업에 나서고, 또 병충해에 대비해 병원까지 운영하는 모습이 언뜻 낯설게 여겨지기는 하지만, 주민 서비스 차원이라고 하니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이러다가 반려동물, 반려식물에 이어 어떤 반려사물까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