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 환전·예금 급증… 한국 경제 영향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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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완화 통화정책 유지 결정 영향
이달 중순 8년 만에 800원대까지
엔화 예금·환전액 역대급 규모 급증
국내 경제 영향 전망엔 의견 팽팽
"여행수지 적자·경상수지 악화 심화"
"한일 수출 경합도지수 과거와 달라"

최근 일본 엔화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통화에 대비해 역대급 약세를 보이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엔 장중 한때 897.49원을 기록하며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엔화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최근 일본 엔화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통화에 대비해 역대급 약세를 보이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엔 장중 한때 897.49원을 기록하며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엔화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최근 들어 일본 엔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통화에 대비해 역대급 약세를 보이면서다. 이를 두고 여행수지 적자, 경상수지 악화 폭 확대 등 국내 산업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달라 수출시장에서 서로 경합하는 부분이 줄어든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저렴할 때 바꿔놓자” 엔화 열풍

25일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100엔당 1000원 수준이던 엔화 환율은 이달 중순인 지난 19일 장중 한때 8년 만에 처음으로 800원대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영업일인 지난 23일 하나은행 기준 엔화는 100엔당 912원이었다.

이같은 엔화 약세는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 16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인플레이션을 촉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돈을 계속 풀기로 했다. 여기다 단기금리를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지난달 기업과 개인의 엔화 예금이 5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3년 5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거주자의 엔화 예금잔액은 62억 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9억 3000만 달러 증가했다. 엔화 예금은 지난 2월에 전월보다 8억 8000만 달러 줄어든 이후 3월 4억 7000만 달러, 4월 3억 4000만 달러 감소하다 5월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한 국내 시중은행에서의 엔화 환전액도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밝힌 지난달 엔화 환전액은 301억 6676만 3665엔으로, 전년 동월(62억 8506만2474엔) 대비 380% 폭증했다. 설 연휴가 있던 지난 1월 275억 6908만 1225엔이었던 환전 규모는 3월 197억 2117만 1911엔으로 감소하다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 등 공휴일이 많았던 5월 들어 300억 엔대로 뛴 것이다.

■“한국 경제 부정적” vs “영향 제한적”

이같은 역대급 엔저에 일본 경제는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할 단초가 될 것이란 기대감마저 감지된다. 실제로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은 예상을 웃돌았고 증시는 약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다. 엔저가 길어질 경우 여행수지 적자 폭을 키우고 경상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 규모가 32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만큼 서비스 수지 적자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 수출이 6월 기준(1~20일까지) 10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수출 반등과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엔저로 일본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 자동차나 전기·전자, 기계 등 일본과 경합하는 주력 수출 제품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1%포인트(P) 하락할 때 한국 수출 물량은 0.2%P, 수출액은 0.61%P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엔화 약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과 일본의 세계시장 수출 경합도지수가 2011년 0.475에서 2021년 0.458로 내렸다고 분석했다. 우리와의 경제 구조가 달라져 수출시장에서 서로 경합하는 부분이 줄었다는 말이다. 여기다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21년 초부터 원화도 함께 절하됐기 때문에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가 저점인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900원 내외 수준을 유지하며 엔화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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