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사비에 금 가는 부산 재개발·재건축 계약
‘촉진 2-1’ 이어 ‘초량 2’ 해지 임박
원자잿값 상승 따른 이견 못 좁혀
경기 침체로 ‘갑을 관계’ 뒤바뀌어
원자잿값 등 공사비용이 오르면서 시공사와 재개발·재건축 조합 간 갈등이 곳곳에서 빚어지며 해지도 잇따른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인근 촉진 2-1구역(조감도)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7일 임시 총회를 열고 시공사인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2015년 가계약 당시 공사비는 3.3㎡당 549만 원. GS건설은 최근 공사비용 상승, 공사 난이도 등을 이유로 987만 원으로 올려줄 것으로 요구했고, 조합 측은 807만 원을 제시해 협의에 나섰지만 결국 결렬됐다.
동구 초량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오는 8월 정기총회를 열고 시공사 호반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다. 호반건설 측이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호반건설은 공사비 상승, 분양 전망 저하 등으로 사업성이 낮아져 설계 변경 등을 통해 사업성을 올릴 수 없을 경우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은 최근 정비업계의 화두다. 조합 측에서는 공사비를 올려줄 경우 조합원의 부담이 늘어나기에 공사비 인상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 없이는 수익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한 시공사와 중간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촉진 2-1구역은 모든 시공사가 탐을 내는 ‘노른자’ 사업지인데도 GS건설이 이익을 줄여서라도 사업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계약 해지를 받아들였다”며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공사비 인상과 관련한 갈등과 계약 해지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엔 시공사들은 수익을 줄이더라도 사업 포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공사비 갈등으로 초유의 시공 중단 사태를 겪은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공사를 하다가 멈추는 것에 따른 이미지 타격보다 낫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주도권을 잡았던 조합-시공사간 ‘갑을 관계’도 뒤바뀌는 모습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계약 해지까지 감수해도 조합은 사실상 대항할 방법이 없다. 올해 부산에서는 대부분 단독입찰이 이뤄져 조합보다 시공사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공사비 갈등에 따른 계약 해지가 잇따르면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증가, 사업 기간 연장은 모두 신규 주택의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요소로 조합원은 물론 일반 분양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부산 지역에 신규 주택을 공급에서 정비사업을 통한 비중이 높은데 이처럼 사업이 장기화되면 주택 공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