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야간 혈액투석, 직장인 환자 위해 꼭 필요한데…
야간투석 운영 의료기관 해마다 감소
주 2~3일 지정해 야간 운영 병원도
거주지별 상황 미리 파악해 활용을
콩팥(신장)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하는 만성신부전 환자는 한 주에 2~3회 혈액투석을 받아야 한다. 한 번 받을 때 최소 4시간이 소요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고혈압 조절이 안 되고, 고칼륨증 합병증이 유발되면 30분 내에 혈액투석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 신장병은 흔하면서도 위중한 병이다.
만성신부전 환자는 치료를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기가 아주 힘들다. 투석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투석 후에는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 더구나 퇴근 후 야간에 투석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드물어 시간적인 제약도 크다. 그럼에도 혈액투석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이샘병원 혈액투석실 오혜주 원장은 “사회생활을 하는 혈액투석 환자의 경우는 개인 일정을 고려해 야간투석 서비스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환자 본인의 진료 스타일과 맞는 혈액투석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이 주요 원인
신장은 모양이 콩이나 팥처럼 생겼다고 해서 콩팥이라고도 불린다. 우리 몸 옆구리 등쪽에 붙어 있고 양쪽에 위치해 있다.
신장은 우리 몸에서 △노폐물제거(요독제거) △수분 및 혈압조절 △칼슘 농도 조절로 건강한 뼈 유지 △조혈작용(적혈구 생성조절) 등의 역할을 한다.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할 때 만성신부전, 만성콩팥병이라고 부른다.
만성신부전의 주요 발병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 단백뇨나 혈뇨를 보이는 만성사구체신장염, 다낭성 신질환, 약물 오남용 등이 있다. 모든 신장병이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장병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각하기는 힘들다. 신장 기능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건강검진이나 혈액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피로증가, 식욕감퇴,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의식장애, 혼수, 복수, 폐부종으로 이어져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대략 우리나라 인구의 12% 정도가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다. 국민 8명당 1명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 환자는 신장 기능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대체치료로 혈액투석, 복막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혈액투석 치료가 83.6% 차지
만성신부전은 당뇨병, 고혈압 등 원인 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 치료법이다. 당뇨환자는 혈당조절을 철저히 하고 고혈압이나 사구체신염을 치료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합병증을 막기 위한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신장 기능 소실을 늦추기 위해 저염, 저단백 식사가 권장된다. 신부전 환자들은 짠 음식을 먹으면 염분이 쌓여 몸이 심하게 붓고 심하면 호흡곤란까지 나타난다.
흔한 합병증인 빈혈, 칼슘과 인 대사장애, 고지혈증에 대한 치료도 필요하다. 일부 약물들은 신장의 기능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 모든 치료에도 만성신부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투석치료나 신장이식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치료법인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에서 노폐물(요독)을 제거하는 것이다. 떨어진 신장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혈액을 체외로 빼내 투석기의 필터를 통해 여과한 뒤 다시 체내로 보내 준다. 혈액투석장치를 이용해 혈액 속의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고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혈액투석은 팔 안쪽의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여 만든 동정맥루를 통해 시행한다. 1주에 2~3회 진행한다. 질병 완화의 개념보다 신장기능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석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혈액투석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기에 주치의와 환자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또 투석 후 피로감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고 체중과 혈압조절을 위한 식단관리가 필수적이다.
혈액투석을 하지 않는 기간에 몸속에 쌓일 체액과 전해질, 요독물질의 관리도 신경써야 한다. 그리고 투석환자는 소변을 잘 못 보기 때문에 환자마다 권고되는 수분 섭취량도 담당 주치의와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오혜주 원장은 “복막투석의 경우는 노폐물이나 과잉 수분의 제거 속도가 혈액투석에 비해 느리다. 집에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의 진료를 통해 진행되는 것보다는 불안전하다는 단점도 있다. 신장이식은 이식될 신장이 필요하고 장기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환자 중 혈액투석이 83.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복막투석과 신장이식은 각각 5.1%, 11.3%로 비중이 낮다.
■직장인을 위한 야간 혈액투석
야간투석을 실시하는 의료기간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야간투석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2018년 251곳에서 2022년 159곳로 줄었고, 심지어 43개 지역은 야간 혈액투석 병원이 1곳도 없다. 야간투석 의료기관이 없을 경우 주거지역 결정에도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두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의 접근성도 고려 대상이다. 혈액투석이 필요한 환자들은 보통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투석을 받을 의료기관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이용에 불편함은 없는지도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
오혜주 원장은 “사회생활을 꾸준히 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혈액투석실을 오픈하면서부터 야간 혈액투석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장인을 위해 매주 월 수 금요일은 오후 10시까지 야간 투석을 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