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 끼는 사치” 청년들 보릿고개 내모는 고물가
외식비에 라면·빵 등 식품까지 급등
서민 부담 덜어 줄 정부 대책 절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끼니를 거르며 공부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남사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이 보릿고개에 내몰린 가장 큰 이유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 탓이다. 김밥 한 줄에 2900원으로 5년 전에 비해 40%나 치솟았으니 말 다했다. 한 끼를 해결하려면 최소 1만 원 가까이 든다. 소득이 없는 학생은 끼니를 거르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죽하면 “요즘 같은 때에 세 끼는 사치”라는 말까지 나돌겠는가. 식비까지 줄였다면 이미 지출을 줄일 만큼 줄였다는 숨은 의미를 새겨야 한다.
그렇다고 자취를 하면서 음식을 직접 해 먹기도 만만치 않다. 가공식품의 가격도 너무 올라서다. 올해 1분기의 라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과 비교하면 3배가 넘게 뛰었다. 빵과 과자도 3∼4배 수준이었다. 대체 서민들은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가 크게 오른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와 곡물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밀은 1년 전보다 40%, 옥수수·대두는 2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외식 물가는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너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고물가의 어두운 그림자는 대학가 주변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당장 학교 밖 대학 상권의 학생들 발길도 줄고 있다. 대학가 식당의 음식값도 계속 올라 가성비가 좋다는 말도 옛날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가 주변 상인들은 가격을 올리면 학생들이 줄 것이 뻔하고, 재료비가 너무 올라 가격을 안 올릴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주말 한 방송에 나와 “지난해에 비해 밀 가격이 50% 내렸다. 1년 새 10% 넘게 오른 라면값을 기업들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라고 한 말에 주목한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권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하반기 중 경제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경기 진작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때다. 체감 물가가 높으면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외식과 각종 식품의 물가 상승이 관련 기업들의 불필요한 가격 인상이나 담합에 의한 것은 아닌지 정부는 꼼꼼하게 챙겨 볼 필요가 있다. 외식과 식품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경기침체로 이어지기 쉽다. 먹거리 물가 상승을 막고 서민 가계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와 대학이 대학생에게 양질의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는 ‘천 원 아침밥’ 사업도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만 끼니를 거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누구든 배를 곯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