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청년들에게 도심을 허하라
장병진 경제부 부동산팀장
청년들이 집을 사지 않는다. 사실은 집을 사지 못한다. 요즘 청년 세대의 다양한 특성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본다면 가장 큰 특징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라는 점이다.
지난해 부산지역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44.6을 기록했다. 이는 부산의 중위소득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받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100채 중 44.6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2013년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62.1이었다. 그만큼 부산의 중위소득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이 줄어든 셈이다.
중위소득보다 낮은 소득을 벌고 있을 확률이 높은 청년들에게 이는 더 큰 타격이다. 집값은 이미 많이 올랐고 본인들의 경제 수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교통 수단, 상업시설 등 각종 인프라들이 모여 있는 도심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다. 공동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큰 비용 투자없이 이용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도심의 주택을 놓고 경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안정적인 자본력을 가진 기성세대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집값이 오를수록 자본력을 갖춘 기성세대의 승리 확률은 더 높아진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청년 주거의 대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안한다. 기성세대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도심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집을 장기간 저렴하게 빌려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다. 공공임대주택의 인기도 입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이 지나가는 연제구 시청 앞 행복주택 2단지의 계약률은 1차 계약에서만 70%를 넘었다. 도심권인 동래구 동래역 행복주택도 395가구 중 25가구만 비어 있어 공실률은 6.3%에 그친다. 반면 기장군 일광7블록행복주택은 999가구 중 351가구가 비어있어 공실률이 35.1%나 된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서구 아미동 아미4행복주택은 767가구 중 252가구가 비어있는 상태다.
청년들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심을 선호하지만 정책적으로 지원되는 주거지들은 그렇지 못한 곳이 많은 셈이다. 앞으로 지어질 공공임대주택의 상황도 비슷하다. 부산에서 향후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대부분 강서구에 몰려있다. 에코델타시티, 부산명지2택지개발사업지구 등 공공택지를 개발할 때는 의무적으로 20~30%의 공공임대주택을 도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만 거의 8000가구가 들어선다. 대저공공주택지구에도 5000가구를 모집한다. 강서구에만 총 1만 2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생겨나게 되는 셈이다. 강서구가 ‘부산의 미래’라고는 하지만 당장 인프라가 필요한 청년들에게는 먼 이야기다.
많은 정치인들이 청년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의 입지는 청년들의 요구와는 때로는 동떨어져 있다.
시행사들은 분양이 잘 될 단지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또 분석해서 사업을 시작한다. 공공임대주택도 그러해야 한다. 분양실패는 시행사에게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 임대주택 정책을 펴는 위정자들도 마땅한 책임이 따른다. 입지 분석은 투자를 할 때도, 정책을 펼 때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