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엔 피해 기금 준비한 일본 정부, 오염수 방류 완강히 반대하는 일본 어민
도쿄전력도 피해 배상금 준비
오염수로 키운 가자미도 홍보
어민단체 “국민 이해 못 얻어”
남태평양 도서국 반대도 여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800억 엔(약 7280억 원) 이상의 기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기금은 수산물 판로 확대, 수산물 매입 후 냉동 보존, 새 어장 개척 등 각종 지원 사업에 사용된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도 자체적으로 지역 어민과 주민에게 피해 보상을 실시한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에 직면한 어민과 주민은 이 같은 대책에도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최근에는 남태평양 도서국 등 인근 국가에서도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로 발생하는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21년 11월 300억 엔, 지난해 11월 500억 엔 등 총 800억 엔의 기금을 확보했다. 이 중 300억 엔은 오염수 방출 이후 ‘풍평 피해’(소비자 불안에 의한 소비 감소 등)로 소비가 급감할 경우 수산물 판로 확대, 수산물 매입 후 냉동 보존 사업 등에 투입된다. 또 500억 엔은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요청에 따라 일본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어장을 개척하고 후계자를 양성하는 사업 등에 투자된다. 니시무라 야스히 경제산업상은 “원전 처리수(오염수) 방류가 어민에게 방해가 돼선 안 된다. 어민이 앞으로도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도쿄전력도 지난해 오염수 방류 피해를 직접 배상하기 위해 배상 기준을 공표하는 등 자체 움직임에 나섰다. 도쿄전력은 도쿄도 중앙도매시장의 ‘시장 통계 정보’, 관광청의 ‘숙박 여행 통계 조사’를 기준으로 오염수 방류 전후의 매출액 등에 따라 피해액을 산정하기로 했다. 배상 청구 접수는 오염수 방류 개시 후 시작된다.
정부와 도쿄전력의 대책에도 어민과 지역민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전어련은 최근 담화문에서 '정부가 어업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면서도 '다만 전국의 어업자·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며 오염수 방류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후쿠시마 현지 주민으로 구성된 ‘후쿠시마 오염수 대책협의회’는 도쿄전력의 피해 산정 기준에 대해 “농업과 어업 이외에는 피해 산정이 어려워 공정하지 않다”며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지에서는 농림수산업은 물론 관광업, 상공업 등 폭넓은 업종에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남태평양 도서국에서도 오염수 방류 반대가 확산되고 있다. 피지의 피오 티코두아두아 내무이민부 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일본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한다면 왜 자국에 두지 않는가”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피지를 비롯해 태평양 중서부와 남태평양에 있는 태평양도서국(14개)과 프랑스 자치령(2개) 등 총 18개국이 속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지난해 3월 독립적인 과학 자문단을 꾸려 도쿄전력과 직접 접촉한 후 지난 1월 오염수 방류 연기를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주변국으로 반대 목소리가 퍼지자, 일본 정부는 주변국의 의문 제기에 정면 반박하는 등 홍보전을 보다 강화하고 나섰다.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중국에 있는 복수의 원전이 배출하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의 양이 도쿄전력이 방류할 오염수에 담긴 트리튬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에 대한 일본 측의 반박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또 팔라우의 수랭걸 휩스 대통령이 지난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일본-팔라우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오염수의 안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실을 홍보했다. 도쿄전력은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오염수로 가자미를 키웠다’며 SNS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사육된 가자미 체내에 1500베크렐을 넘는 농도의 트리튬이 쌓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 폐로 커뮤니케이션센터의 키모토 타카히로 부소장은 “과학적인 설명만으로는 좀처럼 이해나 안심에 이르지 않는다는 고민이 있었다. 풍평 피해 대책도 적극 강구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