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하니 업무 배제”… 부산 수산업체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다른 직원과 달리 정년 지나 해고
“구제 신청 후 복귀 뒤엔 허드렛일”
대표 “사실무근… 일할 기회 줘”
대규모 선단과 냉동공장 등을 운영하는 부산의 한 수산업체에서 정년이 지난 직원을 해고했다 복직시킨 뒤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취업규칙을 바꿔 다시 해고하는 식으로 괴롭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노동청이 조사에 나섰다.
26일 부산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부산 한 수산업체 대표이사 A 씨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는 진정서가 접수됐다.
진정의견서에 따르면 진정인 B 씨는 지난해 8월 업무에 복귀한 이후 약 6개월간 허드렛일만 맡으며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 또 회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회사를 그만두도록 했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2021년 5월 정년을 맞은 B 씨는 지난해 퇴직을 권유 받았다. 나이가 많고 정년 시기를 이미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정년을 맞고도 회사에서 별다른 퇴직 요구가 없어 일을 지속해온 B 씨는 회사의 퇴직 요구가 갑작스러웠다. 자신보다 1살 많은 다른 직원에게는 회사가 퇴직을 권유하지 않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지만 결국 퇴직 처리됐다는 게 B 씨의 주장이다. B 씨는 2022년 8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회사가 그를 복직시키면서 화해했다.
그런데 B 씨는 복직 후 원래 업무에서 배제되고, 말단 근로자의 업무를 자신이 수행하도록 사측이 지시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고 나섰다. 또 이미 정년이 지난 근로자에 대해 2023년 2월 28일을 정년으로 하고, 촉탁사원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반발한다.
B 씨는 원래 월급보다 140만 원가량 급여를 줄이고 1년짜리 촉탁사원으로 계약하자는 사측의 요구를 거절하고, 지난 2월 말 또다시 회사에서 퇴직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B 씨는 “창립 때부터 함께하며 30여 년 간 성실히 일한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내쳐지니 불명예스러웠다”며 “취업규칙 변경이 나를 겨냥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심적으로 힘든 상태”라고 주장했다.
제기된 논란과 관련해 A 씨는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오히려 B 씨가 더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직장 내 괴롭힘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다른 직원은 현재 1년 촉탁직으로 계약했다”며 “정년이 지났는데도 고지를 안 한 것은 회사가 꼼꼼히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직 후 괴롭힘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복직 후 맡은) 업무는 일상적인 업무다”며 “우리는 오히려 취업규칙을 바꿔 (B 씨가)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취업 규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정년이 지난 뒤 일을 지속하는 근로자가 많은 업계 특성상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가 많은 수산업계에서는 정년이나 취업규칙 등이 제대로 정비된 곳이 많지 않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수산업계에서도 인사 관련 규정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