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지문 없애고 선행 학습 막기 위해 EBS 체계 개편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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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 내용

EBS 중학 프리미엄 무료 전환
입시업계 “킬러 문항 기준 모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킬러 문항을 없애 사교육을 잡겠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사교육 대책은 한 문장으로 위와 같이 요약된다.

표면적으로는 사교육 대책이지만 지난 15일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 이후 11일 만에 마련된 이번 대책은 사실상 수능 개편안으로 해석된다. 그간 출제 오류로 수능 출제 제도를 총 4차례 손봤지만, 다른 이유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 문항 기준이 모호한 데다 수능 킬러 문항 해소로 사교육 시장 자체를 당장 축소시키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이달 모의평가와 3년 치 수능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을 공개했다. 과목별로는 국어영역 7개, 수학영역 9개, 영어영역 6개, 과학영역 4개였다. 교육부가 킬러 문항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 같은 문제는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올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의 혼선을 막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과목별로 국어에서는 “고교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이 출제되거나 배경지식이 있으면 빠르게 풀 수 있는 문항”을 킬러 문항으로 꼽았다. 수학에서는 “여러 수학적 개념이 결합되거나 대학교 과정의 선행 학습이 돼 있으면 쉽게 풀 수 있는 문항”, 영어에서는 “지문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문장이 복잡한 문항”을 선정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고교 과정 이외에 사교육을 잠재우기 위해 선행학습을 막을 EBS 체계 개편도 진행된다.

현재 연간 71만 원 상당의 유료 서비스인 ‘EBS 중학 프리미엄’을 무료로 전환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학습 수준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수준별 학습을 제공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또한 초등의대반과 영어캠프 등 신규 사교육 분야 실태 점검도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입시반 등 신규 사교육 때문에 자녀가 뒤처지지 않나 하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며 “사교육 불안 마케팅에 속지 않도록 입시 정보와 학원 운영 실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시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의 핵심인 수능 킬러 문항 사례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3학년도 수능 국어 17번 문제의 경우 EBS 교재에서 연계해 출제됐는데 킬러 문항에 들어가 올해 수능에서 EBS 체감 연계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배치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부산의 고3 담임 교사는 “현장에서는 이달 모의평가를 평이했다고 받아들였는데도 킬러 문항으로 일부 항목이 언급돼 학생 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며 “문제별 정답률이나 선택 과목 간 유불리 문제 등 수능 운영 체계 부분 개선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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