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갈맷길] ⑦ 다대포 선셋 피크닉-태양의 종점 향해 낙동강 하구를 걷다
낙동강 하구 따라 다대포해수욕장까지
강인 듯, 바다인 듯한 기수 지역 산책로
장림포구 ‘부네치아’는 이국적인 풍경
모래톱과 갯벌엔 뭇 생명 살아 숨 쉬어
해 질 무렵 붉은 노을, 아름답고도 장엄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바로 ‘욜로 갈맷길’이다. 기존 갈맷길(9개 코스 23개 구간 278.8km) 중에 ‘부산 사람이라면, 부산에 오면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 콘셉트로 10개 코스(총 100km)를 추리고 코스별 테마도 입혔다. 갈맷길의 축소판이다. 이번엔 7코스 ‘다대포 선셋 피크닉’을 걸었다. 낙동강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어귀를 걸으면, 매립 위기를 딛고 서부산을 대표하는 시민 친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다대포해변공원과 뭇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고우니생태길에 이른다. 낙동강 하구의 자연, 아름다운 풍광을 벗 삼아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드넓은 다대포해수욕장 백사장을 마주하면, 동부산 해수욕장에서 느낄 수 없었던 한갓짐과 색다른 매력에 빠져든다. 낙동강 하구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붉게 타오르는 낙조는 7코스의 절정이다.
■강변길 걷다 ‘부네치아’와 조우
욜로 갈맷길 7코스는 사하구 신평동교차로에서 다대포해수욕장까지 7km 구간이다. 낙동강 하구를 따라 평탄하게 뻗은 산책로를 걷는 길이어서 걷기에 부담 없는 코스다. 출발점인 신평동교차로 강변덱까지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신평역에서 내려 9번 출구로 나와 강변 쪽으로 6~7분 정도 걸으면 된다.
강변덱에서 강물이 바닷물을 만나러 가는 방향을 따라 걷는다. 제방 사면에 조성된 산책로는 다대포 방면으로 쭉 뻗어 있다. 깔끔하게 조성돼 걷기 좋다. 이 길은 ‘노을나루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 사상구 엄궁동에서 다대포해수욕장까지 12km의 산책로로, 해 질 무렵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산책로를 느긋하게 걷다 보면 을숙도대교의 웅장한 골격에 금세 다가선다. 을숙도대교 램프 아래 구간을 지나다 보면, 길(강변대로) 건너편에 작은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조경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건널목을 건넌다. 을숙도대교 램프 구간 하부 일대에 조성된 ‘66호 광장’이라는 도시숲이다. 사하구청이 도심 속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조성했다. 공원 내에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정자도 보인다. 무궁화와 곰솔, 단풍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회화나무, 왕벚나무, 가시나무 등이 무리 지어 자란다. 공원 가장자리에는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들이 늘어서 있다. 공장 지대와 대로변의 삭막한 공간에 조성돼 우거진 녹음이 더욱 청초하게 느껴진다.
낙동강변 쪽으로 건널목을 다시 건너지 말고 그길로 쭉 걸어 내려간다. 강변환경공원 파크골프장을 지나면, 장림포구가 나온다. 장림포구는 ‘장림포구 명소화 사업’을 통해 관광 명소로 탈바꿈 중이다. 어항이 정비됐고, 해양보호구역 홍보관, 문화촌, 놀이촌, 맛술촌, 도시숲 등이 들어섰다. 물 위에 떠 있는 작고 아기자기한 배들과 예쁜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형형색색 점포들(한지·도기 공방, 드론 촬영, 카페 등)의 풍경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섬과 닮았다고 해서 ‘부네치아’(부산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문화촌 공간에는 물결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조각배 조형물 등이 반긴다. 한쪽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레인보우 브릿지’라는 이름의 다리를 놓는 공사다. 장림포구는 U자 형태로,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포구 첫머리나 끝으로 가야 한다. 관광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포구 가운데에 20m 높이의 아치형 보행교를 놓고 있다. 무지개 색상으로 꾸며지며, 야간에도 무지개 경관 조명을 밝힌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장림포구를 돌아 나오며 마지막 지점에 있는 부네치아 선셋 전망대에 잠시 들른다. 3층 옥상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계단을 오르면 된다. 전망대에 오르면 ‘BUNEZIA’ 일곱 글자에 무지개 일곱 빛깔을 입힌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낙동강 쪽을 조망하면 낙동강 하구 모래톱 중 하나인 맹금머리등이 눈에 들어온다.
부네치아 선셋 전망대에서 내려온 뒤에는 가장 먼저 만나는 건널목에서 낙동강변 쪽으로 건너야 한다. 다음 경유지인 고니나루쉼터로 가기 위해서다. 건널목이 드문드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니나루쉼터에는 낙동강 하구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넓은 나무 덱이 설치돼 있고, 조경이 잘 가꾸어져 있다. 겨울철새 큰고니 두 마리가 마주 보며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조형물은 고니나루쉼터가 자랑하는 포토존이다. 큰고니는 같은 오리과에 속한 고니와 함께 흔히 백조로 불린다. 부부의 연을 맺으면 평생 사랑을 나누며 살아간다고 한다.
■‘게 구멍 숭숭’ 생명 살아 숨 쉬는 갯벌
고니나루쉼터에서 낙동강 하구를 바라보면 섬처럼 보이는 모래톱들이 가까이 보인다. 쉼터를 지나 다대포해수욕장 쪽에 가까워질수록 모래톱들이 더 가까이 보인다. 낙동강 하구에는 일곱 개의 모래톱이 있다. 진우도, 대마도, 장자도, 신자도와 백합등, 도요등, 맹금머리등이다. 지적도에 등재되면 ‘도’, 안 되면 ‘등’인데, 등은 수위에 따라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한다. 이들 모래톱의 지형은 낙동강으로부터 유입된 퇴적물이 바다의 밀물, 썰물과 만나 이동하고 쌓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금도 살아 움직이듯 변화하고 있다. 7코스를 걸으면, 가까이에는 맹금머리등과 백합등이, 시정이 좋을 땐 도요등과 장자도, 신자도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모래톱 위에는 많은 철새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 모래톱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섞이는 기수 지역에 있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철새들의 훌륭한 보금자리다.
고니나루쉼터를 지나 강변길을 걷다가 지칠 만한 순간, 길(다대로) 건너 언덕에 낙동강 하구 아미산전망대가 보인다. 아미산전망대까지는 아주 가파른 덱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미산전망대는 7코스의 경유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들을 모두 조망할 수 있어 욕심을 내 덱 계단을 오른다. 아미산전망대에 오르면 3층 실내 전망대에서, 또는 건물 옥상에서 낙동강 하구를 확 트인 시야로 조망할 수 있다. 낙동강 하구의 광활한 모래톱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조를 보기 위해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미산전망대에서 내려와 다대포해수욕장 쪽으로 걸으면 노을정휴게소가 나온다. 노을정은 고우니생태길 끄트머리에 설치된 작은 정자다. 노을정휴게소를 지나면 바로 고우니생태길이다. 사하구의 마스코트인 ‘고니’에서 따온 이름이다. 넓은 갯벌과 갈대숲 사이에 나무 덱이 설치돼 있고, 덱 곳곳에 전망대와 쉼터가 있다. 덱 아래를 내려다보면, 갯벌이 살아 숨 쉰다. 작은 구멍에서 기어 나온 게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집게 다리를 모았다 펼쳤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단체로 춤을 추듯 우스꽝스럽지만 깜찍하다. 바닷물이 고인 곳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닌다.
고우니생태길과 다대포해변공원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다대포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 뒤쪽에 나란히 자리한다. 다대포해변공원은 소나무가 많아 사계절 푸름을 잃지 않는다. 많은 시민들이 소나무 아래에서 돗자리를 깔아 놓고 소풍을 즐기고 있다. 공원 가운데로는 해수천이 흐른다. 공원 한편엔 ‘다대포 매립 백지화 기념비’가 굳건히 서 있다. ‘개발의 미명하에 훼손될 다대포 매립을 주민들이 저지했다’ 기념비 건립 취지가 쓰여 있다. 다대포 매립이 진행됐다면 고우니생태길과 갯벌이 남아 있지 않았을 것 같아 기념비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다대포해변공원에는 세계 최대 바닥 분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다대포 꿈의 낙조 분수’가 있다. 공원 입구 광장에 있는 음악분수대는 밤이면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음악과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낙동강 하구와 고우니생태길을 배경으로 한 낙조는 예술 작품 같다. 일몰 시간대에 맞춰 걸으면 좋은 이유다. 걷기 앱으로 측정한 7코스 완보 시간은 2시간 17분, 걸음 수는 1만 6129걸음, 거리는 11.29km였다. 아미산전망대에 들르고, 고우니생태길과 다대포해변공원을 두루 걸었더니 거리와 시간이 꽤 늘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