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딴지에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 국회 통과 ‘안갯속’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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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전담 조직법안 소위 상정
여야 논의 없이 추후 검토로 계류
상반기 내 입법 사실상 힘들 듯
기재부, 예산 등 이유 설립 반대
“8월 국토부 용역 결과 보고 결정”

사진은 이날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사진은 이날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을 이끌 ‘가덕신공항건설공단’ 설립 근거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기획재정부 고집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의 용역 결과를 본 뒤 설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재부의 딴지가 국회 법안 논의까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27일 오전 국회 국토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 국민의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법안이 상정됐다. 법안에는 공사 난도가 높은 가덕신공항 건설 특성상 전문성을 띤 전담 조직(건설공단)을 꾸려 조기 개항을 견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 전원은 법안에 뜻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날 소위에서는 법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 위원들이 법안 내용을 훑어보는 정도에 그쳤다. 법안은 추후 검토로 소위에 계류하게 됐다.

건설공단 설립에 지속적으로 딴지를 걸어온 기재부는 앞서 오는 8월 있을 국토교통부 기본계획 용역 결과를 보고 설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재부가 사실상 ‘반대 유지’ 입장을 밝힌 만큼, 법안 심사도 덩달아 보류된 셈이다.

여야 소위 위원들은 건설공단 설립 자체에 크게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목전에 두고 핵심 인프라인 가덕신공항 건설이 결정, 조기 완공을 이끌 건설공단 설립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방침 없이 뒷짐만 진 기재부 입장 속에 건설공단 설립 법안은 발의된 지 석 달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내 입법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이달 13일 국회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기재부는 ‘추후결정’이라는 불명확한 방침을 내세웠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당시 “건설공단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국토부에서 용역을 하고 있고 8월까지 결과가 나온다. 결과가 나오면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인천공항의 건설조직은 상부시설 건설을 하는 조직”이라며 “가덕신공항건설공단을 만들어 해상매립 전문가를 먼저 확보하고 매립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재부는 8월 용역 결과를 수용할지에 대한 즉답도 피했다. 이 의원은 “국토부 용역도 정부 용역인데 기재부는 정부 용역 결과를 믿지 못하느냐”고 질책했다.

공사 난도가 높고 해상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오는 8월 국토부 신공항기본계획 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건설공단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관할 부처인 국토부에서는 건설공단 설립이 필수 요소라고 꼽고 있어 기재부가 되레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제안된 (가덕신공항) 공사 방식의 난도가 높아 최고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건설공단 설립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재부는 건설공단 설립에 따른 인력과 예산 문제를 반대 이유로 내세운다.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감축이 추진되는 것도 기재부 반대 근거 중 하나다. 기재부는 건설공단 설립 대안으로 한국공항공사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가덕신공항 건설 업무를 맡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가 가덕신공항 건설과 운영을 맡을 경우 고질적인 ‘수익 유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4활주로 건설 이후에도 ‘5단계 확장’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어 가덕신공항 건설을 맡을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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