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놓친 국가첨단산단 '추가 지정'....국토부 "계획 없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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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특화단지 허용 대가
비수도권 14개 지역 조성 계획
1차 신청 놓친 부산시, 추가 건의
대통령실 “신청 땐 적극 지원” 불구
국토부 “추가 공고 계획 없다” 고수

부산시의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추가 지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창양(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국토부 제공 부산시의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추가 지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창양(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국토부 제공

부산시의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추가 지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가 지정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첨단산단 후보지 추가 공고(지정)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는 지난 3월 첨단산단 미신청 논란이 제기된 이후 뒤늦게 ‘추가 신청’을 건의한 바 있다. 부산의 첨단산단 후보지 미신청 논란에 대해선 대통령실도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국토부 태도는 변화가 없다.

국가첨단산단은 정부가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710만㎡)를 허용하면서 ‘지역 균형’ 차원에서 추진한 정책이다. 정부는 경기도 용인에 300조 원 규모 시스템반도체 특화 단지를 허용하면서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대신 비수도권 14개 지역에 국가첨단산단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해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부산과 울산은 국가첨단산단 후보지 신청을 하지 않아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부산시는 첨단산단 후보지 미신청 사실이 알려지자 뒤늦게 지난 4월 ‘후보지 추가 선정’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울산시도 지난 3월 추가 선정을 건의했다. 대통령실도 추가 지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첨단산업단지 대상지를 발표하면서 부산이 제외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부산시가 추가로 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신청하면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국가첨단산업단지 추가 공고(지정) 계획이 없다”면서 “추가 공고 사항이 없어 이에 대한 부산, 울산의 신청도 없다”고 밝혔다. 부산과 울산이 추가 선정을 건의한 사실은 있지만 국토부가 추가 지정 계획이 없어 공고나 신청도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입장은 “계속 협의 중”이라는 부산시의 설명과 거리가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추가 공모 건의서를 국토부에 보낸 뒤 지속적으로 협의를 요청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고위 관계자도 “조만간 국토부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추가 공모 계획은 없다”면서 “다른 방식으로 변동이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방식’에 대해 “용인도 민간 기업이 요청해서 (단지 조성) 결정이 난 것”이라며 “(부산이)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실에서 부산의 국가산단 추가 지정 문제에 대한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부처 실무자가 확인해 줄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첨단산단 추가 지정과 관련 국토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추가 지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부산시가 책임 회피를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부산시가 첨단산단 미신청이라는 ‘대형 사고’를 치고 수습을 위해 국토부에 수용 불가능한 요구를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부산시는 첨단산단 미신청 이유로 해운대 센텀 2지구의 ‘도시첨단복합산단’ 추진 등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토부의 국가첨단산단은 면적이 150만㎡에서 530만㎡에 달하는 대규모 산단으로 부산의 도시첨단복합산단(191만㎡)과는 다른 ‘신규 사업’이다. 대전에서는 국가첨단산단으로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530만㎡ 선정’된 사실이 올해 시정의 ‘최대 성과’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의 경우 시가 국가첨단산단 대신 집중한다고 밝힌 해운대 도시첨단복합산단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센텀 2지구에서 ‘풍산 부지 이전’ 등의 문제로 전체 사업지 가운데 일부만 우선 추진하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첨단산단 신청을 하지 않은 부산시의 행정에 대해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수도권 공장 총량제’ 원칙까지 무너뜨리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지역 발전 전략’을 부산시가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도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홍보와 실무 부문에서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요지부동인 국토부를 움직이기 위해선 대통령실이 다시 분명한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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