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범행 직전 아버지에 ‘살인 예고’ 전화까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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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로 피해자 110회 이상 찔러
지문 감식 피하려 시신 일부 훼손
유년기 곁 떠난 부모 탓 좌절 토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이송되는 모습. 부산일보DB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이송되는 모습. 부산일보DB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또래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정유정(23)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흉기로 110회 이상 찌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문 감식을 피하기 위해 시신 일부를 훼손했고, 범행 직전에는 아버지에게 살인을 예고하기도 했다.

27일 부산지검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범행 당시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110회 넘게 찌르는 잔혹함을 보였다. 게다가 지문 감식을 피하기 위해 관련 부위를 손상시키는 등 시신 곳곳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한 바 있다. 범행 직전에는 아버지에게 전화해 살인을 예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존속살인’을 검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은 한살 때 엄마가 곁을 떠났고, 여섯살 때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아 할아버지의 손에서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버지에게 분노의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유정은 검찰에 “아버지 재혼으로 배신감을 느꼈다” “잘 맞지 않는 할아버지와 계속 살아야 해 좌절했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며 할아버지와 살던 과정에서 배신과 좌절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정유정은 피해자를 물색하기 위해 무려 54명의 과외강사에게 접촉했고,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 등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적기도 했다.

정유정은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 관계, 현재 처지에 대한 불만 등을 ‘묻지마 살인’으로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통합심리분석 결과 정유정은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면허나 자동차가 없었던 정유정은 범행 과정에서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사체유기 과정에서 다수의 CCTV에 노출되기도 했는데, 검찰은 정유정이 사회 경험이 없어 CCTV 노출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부산지검은 최근까지 정유정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21일 정유정을 구속기소했다. 정유정 재판은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에 배당됐고, 다음 달 14일 오전 10시 30분에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공판준비기일은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로,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구속 상태인 정유정에게는 국선변호인이 선임됐다.

한편 정유정은 현재 여성수용소 내 독거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취침, 식사 등을 다른 수용자들과 구분해서 생활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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