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고당 할미’ 삶의 희로애락 보듬으러 온다
윤여숙무용단 총체 무용극 공연
7월 1~2일 국립부산국악원
부산시무형문화재 대거 출연
전통 춤 동작 현대적 재해석도
부산 금정산 고당봉 설화로 내려오는 ‘고당 할미’ 이야기가 전통 창작 춤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윤여숙무용단은 7월 1~2일 오후 4시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총체 무용극 ‘2023 금정산 고당 할미’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윤여숙무용단의 춤 작업은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돼 3년간 지원받기로 했으며 올해가 2년 차에 해당한다.
김온경 예술감독은 “몸이 동하면 짓이 되고, 짓이 음률을 품으면 춤이 된다”며 “‘금정산 고당 할미’는 춤과 함께 희로애락을 보듬고 사는 사람들의 몸짓, 그 몸짓을 춤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시대적 의미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 안무·연출을 맡은 윤여숙 대표는 “‘2023 금정산 고당 할미’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금정산 대자연의 신령한 기운을 상징화한 고당 할미와 그 보우(保佑·보호하고 도와줌)하에 있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부산 전통춤과 무용 예술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90여 분에 달할 이번 공연은 총 4장으로 구성되고, 장마다 주요 춤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1장(금정산 너른 마당) 무위의 춤, 2장(정성스레 산신제를 올리다) 승무·지전춤·즉흥놀이 춤, 3장(환란이 닥치고) 지게꾼 춤·문둥이 춤·지팡이 춤, 4장(오신, 치유의 장) 산조춤·학춤·치유의 춤·판굿놀이 등이다. 이 중 무위의 춤, 지팡이 춤, 지게꾼 춤, 치유의 춤은 완전 창작. 문둥이 춤처럼 동래야류 문둥이 과장 춤 동작을 현대적 시각에서 다시 구성한 재구성 창작 춤도 다수 만날 수 있다. 특히 김 예술감독은 신 어멈 역할을 맡아 2장 산신제 풀이 대목에서 직접 ‘강태홍류 북가락’을 4분여 동안 선보인 후 2분가량 즉흥무를 출 예정이다.
작품 내용은 금정산 산신 고당 할미가 풍악 소리에 이끌려 마을에 내려와 인간으로 분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던 중 영험한 지팡이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을과 고당 할미에 환란이 닥치는데,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이 난관을 극복해 간다는 것이다.
출연진 면면도 화려하다. 윤여숙무용단 구성원 자체가 부산시무형문화재로 등록된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회원이 많아서 이들이 대거 출연한다. 악사까지 포함하면 29명에 이른다.
고당 할미 역에는 ‘춤패바람’의 강주미 대표가 나오고, 촌장에 김이대(부산시무형문화재 제14호 한량춤 이수자), 지게꾼에 성재호(한량춤 전수자), 무녀 당골네는 조보경(부산시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고무 이수자)이 맡았다. 또 마을 사람은 이광호(부산시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전수교육조교)·김동오(한량춤 이수자), 무녀 역에 강미선·최애란(이상 동래고무 이수자)·배혜정·이혜영(이상 동래고무 전수자), 무수는 장윤정·남성주(이상 동래고무 이수자)·이경옥(동래고무 전수자)·박정옥·송지원·이수영(이상 동래고무 전수교육생)이 출연한다. 이 밖에 박종환(부산시무형문화재 제6호 부산농악 보유자)과 김준호(부산농악 전수자)가 특별 출연한다. 박종환은 판굿놀이 대목에 등장한다.
악사도 쟁쟁한 실력파로 꾸렸다. 음악감독 김경수(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태평소), 악장·장고 이치종(일통고법보존회 경남지회장), 아쟁 정효선(부산시무형문화재 제16호 아쟁산조 전수교육조교), 가야금 윤경선(시립국악관현악단 수석), 거문고 오상훈(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대금 손한별(시립국악관현악단 수석), 피리 박태연(부산대 한국음악학과 재학), 해금 김현주(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타악 이현서(일통고법보존회 회원) 등이다.
윤여숙 대표는 “우리 것은 소중하다고 하지만 부산 영남의 뿌리춤(전통춤)에 대해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된 지 오래”라면서 “심지어 부산문화재단은 올해 무용 공연 지원은 발레와 현대무용 다건, 그리고 한국무용 창작 1건인 데 비해 전통춤 관련 콘텐츠는 1건도 지원받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부산이 전통춤 관련 인구가 가장 많은 데도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인 셈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통춤의 미학이 돋보이는 춤사위와 창작의 자유로운 몸짓에서 묻어나는 현대적 감성이 잘 어우러진 무대가 될 것”이라며 “고전과 현대가 융화되는 완성도 높은 총체무용극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연 문의 051-555-0092. 전석 1만 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