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주민들의 이념·사상 대립, 그리고 사랑
강인수 소설가 장편소설 ‘영남알프스’ 출간
“용서와 화해야말로 평화에 이르는 길이다”
그는 남아공 넬슨 만델라가 무척 좋아하는 금언을 말했다. “원한은 모래 위에 새기고, 은혜는 바위 위에 새겨라.” 84세 노 소설가가 화해와 용서를 주제로 삼은 장편소설을 냈다.
1939년생인 부산의 강인수 소설가는 5년 전 영화 50여 편을 보고서 ‘전쟁과 사랑’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구상했다. 그러다가 잘 아는 고향 이야기를 쓰자며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전쟁과 사랑 이야기를 쓴 것이 이번에 출간한 <영남알프스>(세종출판사)다. 영남알프스 주민들의 이념·사상 대립과 갈등, 사랑을 쓴 최초의 장편이라고 한다. 그는 “사상 갈등을 다룬 소설로, 지리산 배경의 <남부군> <지리산>은 있지만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전무하다”고 했다. 빨치산 구연철의 생애사로 수기 형태의 <신불산>이 있기는 하다고.
소설은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운문산 고헌산 일대의 빨치산을 다루면서 일가친척 간에 벌어진 ‘한반도 비극’을 다룬다. ‘동촌리’ 큰집의 삼형제 중 첫째 정인혁은 동경 유학을 갔다 와서 빨치산에 가담하나 체포된 뒤 겨우 살아났다가 후유증으로 일찍 죽고, 정인현은 형과 달리 토벌대에 참가했다가 전사하고, 막내 정인경은 보도연맹에 끌려가 죽는다. 작은집 첫째인 정인국은 경찰이 되고, 딸 분영은 빨치산 습격으로 인해 죽는다. 셋째 정인주는 기자직에서 퇴직한 이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소설의 중심인물이다. 형제간에도 사상이 갈렸던 그 희한한 시절에 직접 죽이지는 않았으나 이념투쟁에 목숨을 앗긴 상흔 때문에 그 자식들인 사촌·재종간에도 상면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소설의 주요 인물 중 ‘행촌리’ 강갑수는 동경 유학생 매부인 인혁을 따라 산에 들어갔다가 인혁이 잡혀간 뒤에 ‘갑수부대장’으로 끝까지 좌익투쟁을 한 이다. 빨치산이 토벌 당할 때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오랜 세월 숨어 지내다가 자수해서 10년 감옥살이를 하고서 수명을 다하고 죽는다.
소설은 찢긴 이념의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자식조차 찢긴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아프게 서술하고 있다. 소설 말미에는 정인주의 주선으로 그 자식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10명이 넘는 이들이 영남알프스 배냇골산장에서 만나 서로 화기애애한 자리를 가지나, 남아있던 일행 중 한 명이 술을 먹고 갑수부대장 강갑수의 아들에게 칼부림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고야 만다. 강갑수에게 맺힌 원한 때문일 터인데 칼부림을 한 이는 강갑수의 사촌이었다. 한 번 벌어진 골육상쟁의 상흔은 쉬 아물 수 없는 것이다. 강인수 소설가는 “용서와 화해야말로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는 걸 애써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소설은 그의 10번째 장편이다. 작가는 언양읍 인근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서 성장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