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전철 개통 50주년
6월 28일은 철도의 날이다. 대표적 교통수단인 철도의 의의를 높이고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법정 기념일이다. 본래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서울 노량진~인천 간 경인선이 개통된 1899년 9월 18일을 매년 기념했다. 경인선이 조선 침략과 수탈을 목적으로 설치된 일제 잔재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진 2018년부터는 대한제국이 철도국을 설립한 1894년 6월 28일로 바꿔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일은 전철로 줄여 부르는 전기철도가 국내에 처음 개통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73년 6월 20일 서울 청량리~충북 제천 간 중앙선 155.2km 구간에 최초의 전철이 놓여 운행에 들어간 것. 이를 계기로 경부선, 호남선 등 전국 간선 철로에도 전철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돼 올 1월 철도의 전철화율은 세계 최상위권인 78.0%를 넘어섰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총연장 4178km의 철도 중 전철이 3292km나 된다. 국가철도공단은 2030년 전철화율 90%가 목표다.
전철화에서 축적된 기술력으로 추진된 게 고속화 철도 구축사업이다. 이는 한국을 철도 강국으로 우뚝 서게 했다. 2004년 경부고속선 1단계(서울~동대구) 281km가 개통돼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 이은 세계 다섯 번째 고속철 시대를 열었다. 고속철 길이는 19년 만인 현재 643.1km로 늘어났다. 또 우리는 프랑스, 독일,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자체 기술로 제작한 고속열차를 운행하는 나라가 됐다. KTX가 부산~서울을 시속 300km로 2시간대에 주파하며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이달 14~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철도기술산업전을 찾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20여 개국 장관과 외국인들이 국내 철도기술의 우수성과 경쟁력에 감탄한 바 있다.
전철·고속철 성장의 그림자도 있다. 서울, 인천, 경기의 인구 과밀화와 지방 침체에 일조한 빨대 효과가 그렇다. 비대한 수도권에 20여 노선이 건설된 광역전철은 지방소멸을 부채질한다. 수도권 광역전철망이 잇단 증설로 길어지고 거미줄처럼 촘촘해진 것도 모자라 강원 춘천, 충남 아산까지 연장됐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3개 노선도 신설 중인 반면 지방 광역전철은 2021년 12월 개통한 부산 부전역~울산 태화강역 간 65.7km의 동해선뿐이다. 부산·울산·경남 광역전철망 조기 구축과 승객이 급증한 동해선의 배차 간격 단축 등 비수도권 내 이동시간을 줄이는 광역철도 정책의 실천이 시급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