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산시, 원도심 대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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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경 시인·작가마을 대표

부산 근현대사의 중심 원도심
빈 점포 즐비 날로 삭막해져
북항과 연계해 역동성 살려야
중부서~광복동 야시장 개설하고
건물주는 임대료 문턱 낮춰야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5월 7일 조선통신사 한일 거리공연이 열려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5월 7일 조선통신사 한일 거리공연이 열려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얼마 전 책 속에 편집할 사진을 찾아 부산 이곳저곳을 다닌 적이 있다. 자연스레 부산의 원도심인 중구지역을 많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중구는 부산의 근현대를 상징하는 중심이기에 당연히 역사성과 문화적 배경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 세워진 초량왜관의 중심지였고 6·25전쟁 때는 마지막 남은 보루가 부산이었기에 피란민들의 애환이 가장 많이 서린 곳이다. 또 인근 부용동의 임시수도와 함께 주요 정부 수반은 물론 자연스레 문화예술인들의 집합소가 된 곳이 중구 광복동과 남포동, 중앙동, 동광동 등지였다.

용두산공원을 가운데 두고 중앙동에서부터 원도심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광복로이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넘쳐나던 광복로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한 집 건너 ‘임대’가 붙어 마치 폐도를 앞둔 거리처럼 삭막하다. 이러한 빈 점포의 거리는 이곳이 부산의 심장이 맞았나 싶을 정도로 광복동과 남포동, 신창동 등 원도심 전체를 뒤덮고 있다. 국제시장 또한 곳곳에 임대가 붙어 있고 새로운 상품은 고사하고 재고 의류점만 우후죽순 생겨나 국제시장의 명성이 퇴색된 지 오래다.


원도심 쇠퇴 문제는 부산뿐 아니라 이미 많은 도시에서 부닥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신도시 개발로 상권이 새로운 곳으로 몰린 탓이다. 하지만 부산은 타지역 도시들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운대나 화명동 등 신도시의 개발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 신도시와는 상관없이 지난 30여 년 동안 서면 일대로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서면 지역이 비대칭적으로 발전해 버렸다. 도심의 역동성은 젊은이들이 활력을 가져다주는데, 남포동으로 상징되는 원도심의 거리문화가 정체되면서 서면으로 빼앗긴 것이다.

서울의 인사동은 독특한 고전적 문화로 골목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전주는 한옥마을이라는 테마적 도심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이 세계를 움직이는 주요 기관이 몰려 유명하다면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 하나로 중심이 된 도시이자 골목 문화로 활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모두는 문화적 자산을 근거로 한다.

그렇다면 부산은 용두산공원을 중심으로 충분히 고전적 도심을 유지하고 살려갈 수 있는 문화가 많을 터인데 빈 점포만 나열된 공허한 거리로 전락해 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공간의 상실은 결국 도심지의 슬럼화를 야기하고 나아가서는 범죄의 근거지가 된다. 그러면 거리는 더욱더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고 상권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도심의 활력을 찾을 방안은 없는가. 첫째가 행정당국의 적극적 대응이다. 외형적으로 향후 부산역 지하화와 오페라하우스 건립, 이미 개발이 끝난 옛 국제여객터미널과 중앙동 도심으로의 연결, 롯데타워 오픈 등의 이슈들이 남아 있어 사람들을 끌어들일 요소는 충분하다. 여기에다 앞서 열거한 문화적 스토리가 입혀진다면 견고한 원도심을 재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포동 거리 길바닥에 조형된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부산국제영화제의 행사 일부를 다시 남포동 극장가로 대폭 가져와야 하고, 〈부산일보〉의 여론화로 공론화가 된 부산문학관은 입지적으로 원도심에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활용성 못지않게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당장 선행할 수 있는 것 중에는 중앙동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중부경찰서에서부터 광복동 입구까지 일방통행로에 주말마다 야시장을 여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고 심리적 압박이 풀리면서 사람들이 밤을 즐기고 싶어 해도 원도심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일차적으로 부산우체국 뒤 사거리에서 광복동 입구까지만 먼저 시행해 보아도 좋다고 본다. 그리하면 중앙동과 광복로의 연계가 보다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일에 행정당국만 나선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도심지 폐허는 건물주들에게도 무한 책임이 있다. 어려운 시기 비싼 임대료만 고집할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탄력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빈 점포로 몇 년씩 비워 두느니 싼 임대료로 입주시켜 상가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 아무튼 민관이 합심하여 원도심을 살리고자 한다면 충분한 테마적 자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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