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장애아동 심리치료, 예산 부족에 ‘하다가 말 듯’
진주 한 발달센터서 12명 관리
당초 편성액 소진돼 중단 위기
시, 하반기 추경 기다려야할 판
학부모 “이제 회복기인데” 답답
경남 진주시 장애아동 전담 어린이집 학대 피해아동들에 대한 심리치료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 있지만 당장 예산이 부족해 치료를 중단해야 할 처지다.
29일 진주시에 따르면 앞서 시가 편성한 학대 피해아동·학부모에 대한 심리치료 예산은 모두 소진됐다. 지난 4월 추경을 통해 1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는데 이미 모두 사용했으며, 심지어 후불을 약속하고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피해아동 15명 가운데 치료를 받고 있는 건 6명이며, 학부모 중에서도 6명이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12회차 진행됐는데, 당초에는 다시 12회차 치료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맡고 있는 발달센터 측에서 학부모들에게 시 예산이 부족해 6회차로 줄인다는 뜻을 전달했다. 학부모들로선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아이들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데 치료를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재 이들에 대한 치료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학부모 심리치료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들은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데 대한 미안함이 마음에 응어리로 남는다. 여기에 행정의 지원이나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쉽게 분노로 표출된다. 때문에 꾸준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아이들은 심리치료로는 접근이 어려워 좀 더 포괄적 의미의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학대 피해아동들은 트라우마 탓에 치료를 위한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발달장애나 자폐를 앓고 있는 장애아동들은 소통이 안 돼 일반적인 심리치료로는 크게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놀이에 대한 흥미를 통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놀이치료’가 진행된다. 일반 아동의 경우 12회차에서 18회차 정도로 치료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지만 장애아동의 경우는 좀 더 장기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실제 학대 이후 어른을 무서워하고 발달센터에 들어가지조차 않았던 아이들은 최근 들어 조금씩 놀이치료에 흥미를 붙여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치료 중단 소식이 들려오자 학부모들로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지난달에 진주시가 학대 피해아동과 학부모에 대한 심리치료와 긴급 의료비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적응하려고 하는데 벌써 중단한다고 한다. 가해자 처벌도 불분명하고 피해자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쩌자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주시 역시 답답한 입장이다. 가용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당초 확인된 피해자 수가 1~2명 정도에 불과해 1000만 원을 편성했는데 이후 피해아동 수가 많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예산이 소진됐다. 하반기 추경이 주로 10월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사업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예산이 소진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최대한 지원을 하기 위해 다른 용도의 예산을 전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경남도나 교육청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번 진주 사건과 같은 규모의 장애아동 학대 사례가 거의 없어 대응 매뉴얼이 없는 데다 관련 예산도 편성돼 있지 않다. 특히 어린이집 학대다 보니 교육청 역시 지원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창원대 최진오 특수교육학과장은 “장애아동 치료는 회복기인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예산이 없다고 방치해선 안 된다.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비극이지만 이를 통해 배우는 게 있어야 하는데 돈 타령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경남도와 교육청, 정부까지 전향적으로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매뉴얼과 지원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