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장악 고삐” 새 차관 12명 중 5명이 대통령실 비서관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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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장차관급 인사 살펴보니

국정 철학 아는 참모 전진 배치
통일부, 대북 압박 선봉 설 듯
“현장·이론 겸비” 장미란 발탁
민주 “구제 불능 인사” 맹비난

대통령실은 29일 장차관 인선 등 부분 개각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문승현 통일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29일 장차관 인선 등 부분 개각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문승현 통일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취임 1년여 만인 29일 단행한 장차관 인사의 핵심은 대통령실 참모들의 전진배치다.

과거 정부에서처럼 장관들을 대대적으로 바꿔 국정 쇄신에 나서는 대신 정부 출범 초부터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참모들을 활용한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인사청문회 등 변수가 많은 개각에 대한 부담을 ‘실세형 차관’ 카드로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날 인사에서는 11개 부처 12명의 차관이 교체됐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1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해양수산부), 김오진 관리비서관(국토교통부 1),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국토교통부 2),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환경부),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1)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합류해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 실무를 맡아왔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부처 출신 관료를 내부 승진시켜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도 있지만 전문성과 추진력을 두루 겸비한 정무직 비서관들을 투입해 국정 쇄신의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새로 발탁한 차관들이 집권 2년 차 개혁 드라이브의 선봉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사발표 직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 공무원으로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당부는 권력을 사유화하는 이권 카르텔을 깨고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약속했던 2년전 오늘 (윤 대통령의)6·29 정치 참여 선언과 맞닿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인사 최대 화제는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역도 국가대표 출신인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발탁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철한 자기관리가 있었겠느냐”며 “대학교수와 장미란재단을 통한 후학 양성도 하며 현장과 이론을 다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스포츠인이 차관에 선임된 건 2013년 ‘한국 사격의 전설’ 박종길 문체부 2차관, 2019년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문체부 2차관에 이어 세 번째다.

신임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명하고, 차관에 외교부 출신인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임명한 것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앞으로 원칙을 갖고 북핵 문제를 이행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통일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부각하며 대북 압박의 선봉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외교관 출신 차관이 국제무대에서 이를 공론화하는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인사는 이르면 내달, 늦으면 8월 초로 밀리는 분위기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내정한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른 정무적 고려가 깔렸다고 한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등의 현안을 일단락한 뒤 지명해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야당은 이번 정부 개각을 두고 “구제 불능 인사”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하나같이 자격 없는 사람만 고르느냐, 구제 불능의 인사”라며 “극단적 남북 대결 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세우고,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을 덮어준 정치검사를 국민권익위원장에 앉히겠다니 가당키나 하냐”고 비판했다. 이어 “12명의 차관 인사 중 5명이 현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회전문 인사를 넘어 대통령실이 장관을 건너뛰고 직접 부처를 지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우려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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