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견제 등 ‘의욕 충만’… 민생 정책 제시 ‘부진’
[지방정부·의회 출범 1년] 부산시의회
개원 초 시 핵심 사업비 삭감 강수
구체성 떨어지거나 중복되면 칼질
조례·5분 발의 이전보다 크게 증가
시민 체감 이슈·심도 있는 질의 등
차별화된 새 정책·대안 제시 부족
개원 1주년을 맞은 민선 9기 부산시의회는 시정 견제 등 시의회 본연의 역할에 집중했다고 평가된다. 국민의힘 시의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9대 시의회는 같은 당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끄는 부산시의 핵심 사업 예산을 수차례 삭감하며 강한 시정 견제 의지를 보였다. 반면 실질적인 시민 삶의 개선이나 민생 지원과 관련한 정책 제시 측면에서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시 핵심 사업 예산 ‘삭둑’… 견제 강화
9대 시의회는 개원 초부터 시정 견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갔다. 지난해 12월 시의회 개원 후 첫 예산심사가 열린 제310회 정례회는 시의회 안팎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시의회는 시의 2023년도 본예산 203억 원과 부산시교육청 본예산 236억 원을 각각 삭감했다. 같은 당인 박 시장과 보수 성향의 하윤수 교육감이 이끄는 시와 시교육청의 본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시의회는 또 지난 4월 제313회 임시회를 열고 올해 첫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를 벌였는데, 이때도 시 예산 86억 원, 시교육청 예산 34억 원을 삭감했다.
시의회가 칼을 댄 예산은 ‘15분 도시 조성’ ‘대중교통 통합 할인제’ ‘아침 체인지’(아침 체육 활동) 등 박 시장과 하 교육감의 핵심 공약 사업이었다. 당시 시의회는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시의회는 또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국·실장이나 실무진에게 “세금에서 나온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의 확실한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오라. 일하지 않으면 예산도 없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일현(금정1) 위원장은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당 소속 시장이라고 일하지 않는 예산을 그대로 용인해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시정 견제의 주요 기능인 예산 심사를 보다 꼼꼼히 해 시의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적극적 의정 활동 돋보여
전체 시의원 47명 가운데 초선이 35명으로 구성된 9대 시의회는 의욕도 넘쳤다. 기본 의정 활동인 조례 발의, 시정 질문, 5분 발의 실적이 특히 두드러졌다. 9대 시의회가 지난 1년간 발의한 조례는 총 176건으로 7대 56건, 8대 144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강철호(동1) 의원이 발의해 본회의를 통과한 ‘부산시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준비위 설치 및 운영 조례’ 등 전국 최초로 제정된 조례도 7건이나 된다.
주요 시정 견제 수단이자 정책 제안 창구인 시정 질문과 5분 발언도 각각 61건, 165건을 기록했다. 법제 검토 역시 258건으로 상당히 활발했다. 과거 시의회보다 실적 면에서는 크게 증가한 결과다. 의원 간 정보 교류나 공부를 위한 연구 모임 역시 활성화됐다. 9대 시의회 의원연구모임은 12개로 7대 3개, 8대 4개보다 많다. 국민의힘 이종환(강서1) 시의회 원내대표는 “9대 시의회에서 민주당은 시의원이 2명이어서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시정 견제를 위해 우리 당, 남의 당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의정 활동에 임했다”며 “시의원들이 원팀으로 움직이다 보니 성과도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시민 일상 체감 정책 제시 미흡
하지만 9대 시의회의 의정 활동이 질적인 성과를 이뤄냈느냐 하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시의회 안팎의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시의회가 시와 시교육청의 민생 정책 예산도 삭감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시정 견제는 물론 새로운 정책 제시에서도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9대 시의회가 발의한 조례안이나 5분 발언 내용에는 시민의 이목을 끌거나 민생에 필요한 중요 이슈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의회는 또 행정사무감사나 시정 질문에서 15분 도시 조성 등 박 시장의 공약 사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만 할 뿐 시의회 차원의 대안 제시에는 한계를 보였다. 시교육청 사업 중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던 아침 체인지 사업 예산도 삭감,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시의원들이 시와 시교육청 공무원을 무리하게 몰아붙이거나 윽박지르는 관행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수차례 나왔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