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차 공공기관 이전 지연 변명 말고 진정성 보여라
정부, 눈치 보다 이전 기본계획 수립 못 해
산은 부산 이전에 악영향, 추진 속도 내야
윤석열 정부가 6월 말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본계획 발표가 시한을 넘겨버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본계획 발표 일정과 관련해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공식화하며 올 6월까지 이전 원칙과 방향성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내놓기로 했으나 실현하지 못한 것이다. 대선에서 지역균형발전을 공약으로 내건 윤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 비수도권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세부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재까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대상과 지역, 시기, 방식을 담은 밑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기본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하기로 한 2차 이전 실행 계획도 연쇄 차질을 빚게 됐다. 이전 대상은 수도권에 위치한 360개 공공기관이다. 국토부는 지자체들 간 치열한 유치 경쟁과 이전 지역에 대한 의견 불일치, 공공기관 내부 조직원 반발을 기본계획 수립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목을 매며 지역 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잔뜩 기대한 비수도권 주민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정부가 기본계획 발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로 내세운 지역별 유치 경쟁과 내부 반발은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도권의 비대화로 인한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들이 공공기관 유치에 사력을 다하는 건 너무나 당연할 테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지방 근무 기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를 중재·조율하며 2차 이전을 구체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해 시간을 허비한 걸 희석하려는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정부·여당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 민심의 눈치를 보면서 추진 속도를 조절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이제는 2차 이전 진행에 속도를 내며 진정성을 보일 때다.
더 큰 문제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기본계획 발표 지연으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졌다는 데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 이전 역시 윤 대통령 공약임을 명심해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산업은행 이전이 기약 없이 미뤄지지 않도록 고삐를 죌 일이다. 마침 이달 중순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한다. 지방시대위는 공공기관 이전 계획 조기 수립과 이전 현실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기본계획 발표 지연을 두고 균형발전을 포기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따라서 법원도 문제가 없다고 결정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당 지도부 입장을 바꿔 놓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