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술 없는 수변공원, “가족 나들이 제격” vs “젊은 활기 실종”
민락수변공원 금주구역 첫날
산책 나온 시민, 술병 대신 커피
출입구 6곳서 주류 반입 차단
가족 단위 방문객 환영 목소리
“핫플 분위기 사라져” 아쉬움도
업종 따라 상인들 반응 엇갈려
인근 횟집 항의 경찰 출동 소동
바다를 보며 술을 마실 수 있는 ‘핫플레이스’였던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이 음주 청정지역으로 바뀌자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가족 단위 관광객은 깨끗해진 풍경을 반긴 반면 젊은 층은 거리가 활력을 잃었다며 아쉬워했다. 금주구역 지정에 대한 상인 반응도 업종에 따라 엇갈렸다.
금주구역 지정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8시 30분께 민락수변공원은 예전보다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가족 단위로 산책을 나온 시민들의 손에는 술병 대신 커피가 들려 있었다. 돗자리를 펴 놓고 회와 음식을 먹는 시민들은 20개 팀 남짓에 불과했다. 이들은 술 대신 탄산음료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에는 음주를 즐기던 사람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산책을 하거나 무대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수영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부터 민락수변공원 일대에 음주 단속요원이 배치됐다. 구청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출입구 6곳에 투입돼 주류 반입을 차단했다. 술을 가져간 시민은 출입구에 지정된 보관소에 술을 보관했다가 나갈 때 찾아가야 한다. 공원 내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된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경우 모집 공고에서 모집 공고에서 유단자를 우대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변공원을 찾은 가족 단위 시민과 공원에서 플리마켓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금주 공원 지정을 반긴다. 유모차를 탄 아이와 함께 공원을 찾은 성 모(48·수영구 민락동) 씨는 “평소 수변공원은 아이와 함께 찾기 힘든 분위기였다. 금주 공원 지정 이후 방문해 보니 가족 단위로 즐기기 좋아진 모습”이라며 “앞으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변공원에서 플리마켓을 운영하는 핸드메이드연합회 신민정 대표는 “지난달부터 수변공원에서 플리마켓을 운영해 왔지만,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오늘 시민 참여율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금주구역 지정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바다와 술을 동시에 즐기는 게 수변공원의 매력이었는데, 이제는 그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회를 먹으며 탄산음료를 마시던 이길환(38·북구 덕천동) 씨는 “평소 수변공원을 자주 찾았다. 금주 공원 지정 이후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 분위기가 다 사라진 것 같다”며 “앞으로는 수변공원을 방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친구들과 부산을 찾은 최석일(20·경기도 안산시) 씨는 “금주 공원 지정 사실을 모르고 수변공원에 왔다. 사람도 적고 즉석 만남 분위기도 아니라서 아쉽다”면서도 “인근 주민들이 악취와 쓰레기로 고통을 받았다고 하니 금주 공원 지정이 맞다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변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아쉬움을 달래러 인근 술집으로 향하기도 했다. 수변공원 인근의 술집엔 빈 테이블이 없이 손님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5년째 술집을 운영 중인 전언주(46) 씨는 “수변공원에서 술을 마시지 못한 사람들이 인근 술집을 찾아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인근 횟집 상인들은 포장하는 손님이 줄면서 금주구역 지정에 반발했다. 한 횟집 앞에선 구청 공무원과 상인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다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다수 횟집은 손님이라고는 한 명도 없이 썰렁한 모습이었다. 2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이라고 밝힌 횟집 주인 임채정(54) 씨는 “평소 손님이 많은 토요일 밤 시간대인데도 손님이 95%가량 줄었다”며 “코로나 3년을 버티고 올해부터 장사를 좀 해보려고 했는데 진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인근 상인 또는 민원인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 올바른 음주 문화와 도시 환경 조성을 위해 부산 시내에서 금주구역 지정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