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멀어져 가는 혈육의 정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12.12.10 부산일보DB 2012.12.10 부산일보DB

김만율 부산노인복지진흥회 회장


 ‘멀리 있는 친척이 가까운 이웃 사촌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즉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당장 내 옆에서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이웃만 못하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혈연 관계를 바탕으로 구성된 직계존비속 간의 왕래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사촌 간의 만남은 물론 가족 간의 대소사에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쉽게 안부를 묻고 전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는데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 나라가 농경 사회에서 산업화로 급변하면서 대가족이 붕괴되고 부부와 미혼의 자녀로 구성된 소가족화가 되면서 개인 편리 주의가 만연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퇴색되었다. 학업과 직장 생활의 편리를 위해 부모의 슬하를 떠나면서 혈연 간의 정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유년 시절부터 초중고 학생들은 정규 수업과 학원, 시험 등으로 조부모는 물론 부모와도 대화가 어려울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일전에 한 지인이 보내준 부자 간의 일화에서 멀어져 가는 혈육의 정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버지! 옛날에 어떻게 사셨어요? 과학기술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페이스북도 없었는데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우리는 해질 때까지 들판에서 뛰어놀고, 페이스북이나 카톡이 친구가 아니라 진짜 친구랑 놀았지, 장난감은 직접 만들어 놀았고 부모님은 부자가 아니셨지만 많은 사랑을 주셨다. 초대하지 않아도, 친구 집을 찾아가 함께 밥을 먹었다. 우리는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형제나 남매 간 사이가 좋았으며 서로 이해심도 많았단다.” 부자 간의 솔직한 대화가 21세기 급격한 현대화 바람 속에 변화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 10여 명이 한 집에서 살았다. 특히 할머니는 매일 보는 일곱 손자녀들을 끔직하게도 예뻐해 주셨다. 또한 외가의 외할머니, 외삼촌, 외숙모의 따뜻한 정과 외사촌들과 의리 있게 지낸 것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특히 외할머니의 따뜻한 정이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있다. 또한 고모의 자녀들인 고종사촌들도 외가인 우리 집으로 종종 오곤 했다.

 최근 한 유아 기관에서 할머니 선생님들의 윤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핵가족 사회에서 할머니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어른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고 한다. 변화하는 세월에 적응하고 살아야 하겠지만 현대화된 육아법, 최첨단의 놀이 기기가 아무리 좋고 많아도 인간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중고에서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하는 경로효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조부모들과 함께하는 조손 행사를 연 1~2회 개최할 것을 교육 당국에 제안한다. 충·효·예 정신은 세상이 변해도 계승·발전시켜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