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친모, ‘반인륜적 범행’ 징역 35년 선고
법원, 아이 죽음 무겁게 인식
동거인 부부도 중형 가능성
‘가을이 사건’의 친모에게 징역 3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과정에서 동거인 등의 영향을 인정했지만, 그 사이 친모가 보여준 행위는 ‘반인륜적 범행’이라고 명시했다. 재판부가 가을이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또 다른 주범인 동거인 부부에 대한 중형 선고 가능성도 커졌다.
■사랑과 신뢰 배신한 친모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지난달 30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성매매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5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9월부터 부산의 B(27) 씨 집에서 살면서 딸 가을이를 굶기며 학대했고, 2022년 12월 가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거 기간 하루 4~5차례씩 2400여 회의 성매매를 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을이가 겪었던 일들을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사망 당시 키 87cm에 몸무게 7kg을 언급하며 “생후 4~6개월가량의 여아 평균치다”고 지적했다. 시신경 수술 권유에도 방치해 실명이 된 점, 굶주림 속에서 어른들이 배달 음식을 먹는 걸 지켜봐야 했던 상황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망 당일 위급 상황에도 병원에 늦게 간 것을 두고 “일련의 학대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가을이의 몸은 더 이상 상처를 이겨낼 힘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학대 정도가 심각해 특정 행위가 가을이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을 참작할 만한 요소들이 있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해 줄 것으로 믿은 엄마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배반한 사건이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동거인 중형 가능성
A 씨에 중형 선고는 동거인 부부의 형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가을이 사건에 대한 엄중 처벌 의지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A 씨의 1심 재판부는 동거인 B 씨 부부의 1심 재판도 맡고 있다.
재판부는 A 씨의 불우했던 성장 과정을 설명한 뒤 “피고인은 열등감이 많고, 배척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컸으며. 주변인에 의존하거나 먼저 배척하는 식이었다”며 “B 씨를 롤모델 삼아 도시생활을 시작하면서 B 씨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B 씨의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관련 언급을 최소화해야 했던 것까지 고려하면, 학대 과정에서 B 씨의 역할을 상당히 인정한 셈이다.
다만 검찰 기소 내용만 보면 현재로서는 B 씨가 A 씨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B 씨는 아동학대 살해 방조·상습아동학대 방조·성매매 강요 혐의로 기소됐다. 학대 주체가 아닌 방조자로 기소된 것으로, 통상 방조자는 행위 당사자보다 형량이 가벼운 게 일반적이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아이의 고통을 헤아려 준 판결이 내려졌다고 생각한다”면서도 “B 씨도 ‘보호자의 지위’에 있었던 자로, 공동정범으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