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 말릴 땅’ 사용료 낮춰도… 어민 “현실성 없어”
기장군 국유지 어업용 임대 3건
가격 여전히 비싸고 면적 좁은 탓
“부지 안정적 공급이 근본 대책”
정부가 어민 부담을 덜어준다며 어업 용도로 국유지를 빌릴 경우 사용료를 인하해 주고 있지만 정작 현장 실정에 맞지 않아 어민들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값 상승으로 특산물 다시마 말릴 땅을 찾기 어려운 부산 기장군(부산일보 5월 31일 자 1면 보도)에서도 국유지 임차는 3건에 불과했다.
2일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산 지역 어업 용도 국유지 임대 계약 건수는 8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강서구 5건, 기장군 3건이다. 기장군은 대부분 다시마 건조 용도로 부지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어업 용도로 국가 땅을 임차할 경우 임대료를 인하해 주고 있다. 어업 용도 임대 시 국유지 사용료율을 1%로 낮추는 내용의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물 건조나 어업 관련 보관시설 등 어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용도도 국유지를 빌릴 경우 사용료가 기존 대비 20%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어업인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어민들의 국유지 임대는 매우 저조하다. 부산 지역에서 어업 용도로 임대 중인 8건 국유지 부지의 총 면적은 1084㎡로, 부산 전체 국유지 면적(1500만㎡)과 비교해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기장군 다시마 어민들은 땅값 상승으로 다시마를 말릴 땅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땅을 임차하거나, 산 중턱까지 올라가 다시마를 말리고 있다. 게다가 건조에는 2~3개월만 필요하지만 임대차는 1년 단위여서 어민들은 땅값 상승의 역풍을 그대로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국유지 임대가 저조한 이유는 여전히 임대료가 비싼 데다 어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200평 이상은 되어야 다시마를 말릴 수 있는데, 빌릴 수 있는 국유지는 50평 등 작은 규모다”라며 “아무리 싸게 빌려준다 해도 기장 바다 인근 부지는 요즘 많게는 평당 5000만 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어업인 실정에 맞지 않으니 이용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실질적인 대책으로 부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대규모 해조류 건조시설 설치 지원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어민들의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장 다시마는 해풍으로 말린 것을 좋은 상품으로 치기 때문에 어민은 노지 건조를 선호한다”며 “정부가 어업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일정 규모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 다시마를 말리는 4~5월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법”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