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망친 한일전…한국, U-17 아시안컵 준우승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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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결승전 0-3으로 져
전반 고종현 경고 누적 퇴장
두 차례 페널티킥 무효 선언
태국 주심 편파 판정에 고배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2일(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17세 이하(U-17) 아시안컵 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전반 막판 고종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판정을 받자 항의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2일(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17세 이하(U-17) 아시안컵 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전반 막판 고종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판정을 받자 항의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이 망친 아시아축구연맹(AFC) 17세 이하(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일본에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졌다. 전반전 1명이 퇴장당한 수적 열세를 이겨 내지 못하고 21년 만의 우승을 아쉽게 놓쳤다. 한국은 1986년과 2002년 두 차례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일본은 직전 대회에 이어 U-17 아시안컵을 2연패하며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4회로 늘렸다.

이날 결승전은 한 마디로 주심이 지배한 경기였다. 주심을 맡은 태국의 몽콜차이 페츠스리 심판은 여러 차례 황당한 판정으로 한국의 기세를 꺾고 승부의 추를 일본으로 기울게 했다.

전반 44분 한국 수비수 고종현(매탄고)이 일본의 미치와키 유타카를 막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다. 태국 주심은 지체 없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경고를 한 번 받은 상황에서 고종현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고 말았다. 고종현이 상대를 과격하게 잡아채거나 넘어뜨린 것이 아닌 어깨 싸움에서 일어난 파울이기에 옐로카드를 내민 건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었다.

이날 전반 측면 돌파와 빠른 중앙 공격이 살아나며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고종현의 퇴장은 결정적이었다. 이어진 프리킥 상황에서 일본의 나와타 가쿠에게 골을 내주며 한국은 끌려갔다. 나와타의 프리킥 위치도 반칙 지점에서 상당히 앞당겨졌는데도 주심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적 열세에 처한 한국은 후반 21분 나와타에게 추가골을 허용했고, 후반 추가시간 미치와키에 쐐기골을 내줘 0-3으로 졌다.

2일(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17세 이하(U-17)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일(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17세 이하(U-17)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한국에 반전의 기회가 있었다. 후반 38분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김명준(포항제철고)이 골키퍼의 손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이 기대됐으나, 태국 주심은 이를 외면했다. 느린 화면상으로 김명준이 공을 터치한 뒤 일본 골키퍼의 손에 발이 걸리는 장면이 명백히 드러났지만 반칙이 선언되지 않았다. 오히려 강력히 항의한 변성환 감독이 옐로카드를 받았고,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은 심판에게 격렬한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앞서 전반 19분에도 진태호(영생고)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하다 수비에 걸려 넘어졌지만 반칙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선 비디오판독(VAR)이 적용되지 않아 한국은 주심의 편파 판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꼴이 됐다.

더 황당한 건 주심 배정이었다. 결승전 주심 페츠스리 심판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전만 3차례 주심을 봤다. 일본이 치른 6경기의 절반을 페츠스리 주심이 진행한 것이다. 한 대회에서 한 심판이 특정 국가의 경기를 이렇게 많이 진행하는 건 매우 특이한 경우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주심만 12명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할 수 없는 AFC의 심판 배정이다.

공교롭게도 이 태국 주심이 진행한 세 경기는 아시아의 강팀들인 우즈베키스탄, 호주, 한국전이었다. 일본은 이 세 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뒀다. 호주와의 8강전에선 호주 선수에게만 옐로카드를 4번 꺼냈고, 한국과의 결승전에선 이 대회 유일한 퇴장을 한국 선수에게 줬다. 하필 이 주심의 나라 태국은 8강전에서 한국에 4-1로 완패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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