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른 '유령 영아' 범죄 막을 모든 대책 강구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생아 출산통보제 국회 겨우 통과
임신·출산·육아 통합 등 지원책 시급

지난달 30일 경남경찰청이 생후 5일 된 아이를 살해해 유기했다고 한 친모 진술을 토대로 경남 거제시 야산 인근에서 아이 시신을 찾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지난달 30일 경남경찰청이 생후 5일 된 아이를 살해해 유기했다고 한 친모 진술을 토대로 경남 거제시 야산 인근에서 아이 시신을 찾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온 나라가 영유아 살해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생후 5일 된 미신고 영아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사실혼 관계인 남녀 2명이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이에 앞서 경기도 수원에서 친모가 아이 2명을 출산 직후 차례로 살해한 뒤 냉장고에 보관해 온 사건도 발각됐다.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지 한탄스러울 정도이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15~2022년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는 부산 94명, 경남 122명 등 전국적으로 2236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난 8년간 아이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터진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하니, 벌써 섬뜩한 심정이다.

현재까지 관련 범죄는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유령 영아’를 대상으로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졌다. 병원 밖에서 출산한 경우엔 이마저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영유아 살해나 아동 학대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긴 하지만 매번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영유아를 살해한 인면수심의 생부 생모들은 경찰 조사에서 “키울 능력이 안 돼” “헤어지라고 할까 봐” 등 온갖 변명을 둘러대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빈곤, 가족 관계 등 영유아 범죄의 주요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의료기관이 신생아의 출생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출생통보제’가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이다. 신고 기간이 지나도 출생 신고가 안 되면 지자체가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 유령 영아를 막는 진일보한 조치이지만, 문제는 ‘병원 출산’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미혼모, 불법체류자는 병원 출산은커녕 신생아 진료조차 기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영유아 생명권을 더욱 위협할 우려도 크다. 산모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낳은 아이를 국가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를 비롯해 국가와 사회가 아이를 책임지고 양육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

아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독립적인 인격체이다.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학대하고 살해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로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국가적으로 반인륜적 범죄 근절 차원에서 영아살해죄 형량을 강화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국가 소멸까지 걱정하는 상황에서 이 땅에 태어난 소중한 아이들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면 국가의 역할이 실패한 것이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통합적 지원책 마련과 제도 정비, 엄격한 법 적용이 시급하다. 정부와 여야, 의료기관, 사회 각계각층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길 바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