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동 주민센터 12층 건립, 주민 반발로 사실상 백지화
공공건물 고층화 거부감 많아
400여 명 반대 서명서도 제출
중구청, 여론 의식 ‘어렵다’ 결론
섣부른 추진 혈세 낭비 논란도
부산 중구청 부평동 주민센터 고층 건립 계획이 주민 반발로 사실상 백지화 수순에 들어갔다. 센터 건립을 염두에 두고 지금껏 수억 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지불해 온 중구청은 혈세 낭비 논란을 비껴갈 수 없게 됐다.
중구청은 부평동 주민을 대상으로 새 부평동 주민센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설문은 객관식 형태로 4~5층 높이부터 10층 이상 등 새 주민센터 희망 층수가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수 주민이 고층 주민센터에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번 설문조사는 주민센터 고층화 추진 계획을 접기 위한 과정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구청은 당초 6층으로 계획됐던 부평동 주민센터를 12층으로 증축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시가 중구 상업지역 건축물 최고 높이를 완화해 주면서 건축물 초고 높이가 24m에서 66m로 상향된 덕분이다. 새로운 주민센터에는 구청 일부 국과 부서가 이전하고, 작은 도서관 등 주민편의시설도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민센터 고층 건립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낮은 건물이 빼곡한 동네에 주민센터만 고층인 것이 부자연스러운데다 공공건물 고층화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이 주된 이유였다.
지난 5월에는 주민 400여 명이 주민센터 고층 건립 반대 서명을 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부평동에서 요식업을 하는 김 모씨(60)는 “사업비 대부분을 구비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주민센터를 고층으로 지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구청 일부 부서가 주민센터로 내려온다고 하는데, 이는 중구 신청사 계획과 중복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중구청은 주민 의견을 종합해 이번 달 중으로 고층화 추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 요구를 반대하면서까지 고층 주민센터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출된 막대한 임대료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청은 2020년 현재 부평동 주민센터 부지와 이전 대상지 부지를 맞교환하면서 지금까지 매년 2억 2000만 원 상당의 임대료를 내고 주민센터를 운영해왔다. 부지 맞교환 당시만 해도 사업이 금세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건축물 최고 높이 조정을 기다리면서 사업 착수가 계속 미뤄졌다. 센터 건립이 무산되면 혈세 낭비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강희은 중구의원은 “주민센터 고층화 결정 때나 그 이후 주민 반발에 대한 여론조사가 충분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결국 지금까지 7억 원이 넘는 임대료가 허무하게 사용된 셈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부지가 좁은 중구 특성상 최대한 효율을 높이고자 주민센터를 고층으로 짓고자 했던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임대료 지출을 두고 세금 낭비라는 지적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