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벌레로 만든 영롱한 꽃잎… 새로운 형태 신라 말다래 확인
쪽샘 44호 무덤 조사·분석 결과 “찬란했던 공예 기술”
유기물 통해 머리카락, 삼국시대 직물 자료 확보 주목
1500년 전 어린 영혼과 함께 땅에 묻힌 비단벌레 장식이 어떻게 쓰였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쪽샘 44호 무덤에서 나온 비단벌레 장식을 분석·연구한 결과,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로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아래에 늘어뜨리는 판을 뜻한다. 조사 결과, 쪽샘 44호 무덤 속 말다래는 대나무 살을 엮어 가로 80㎝, 세로 50㎝ 크기의 바탕 틀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 겹 덧댄 것으로 파악된다. 그 위에는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만든 꽃잎 모양 장식을 올렸는데, 동그란 장식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좌우에 비단벌레 장식 4점을 더한 식이다.
둘레를 장식하는 금동 판을 올릴 때는 못이 아니라 실로 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연구소 측은 “비단벌레 장식이 출토된 위치, 개수, 당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분석한 결과, 새로운 형태의 신라 말다래”라고 설명했다. “말다래 하나당 꽃잎 장식 50개가 부착됐으니 비단벌레 약 200마리가 쓰인 셈으로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 기술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쪽샘 44호 무덤에서 나온 각종 유기물을 분석한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2020년 금동관 주변에서 나온 5㎝ 폭의 유기물 다발을 현미경으로 살펴본 결과, 이 유기물 다발은 사람의 머리카락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국시대 유적에서 사람의 머리카락이 나온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연구소 측은 “머리카락을 모아 직물로 감거나 장식한 듯한 흔적이 확인된다. 머리 장식 등 고대인의 머리 꾸밈새를 복원할 중요한 자료를 확보한 셈”이라고 했다. 금동관에서는 3가지 색의 실을 사용한 직물인 삼색경금(三色經錦)도 확인됐다. 삼국시대 직물로는 실물이 확인된 첫 사례라 앞으로 중요한 연구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쪽샘 44호 무덤의 주인은 5세기 후반 당시 최상위 계층이었던 왕족 여성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앞서 무덤 주인의 키를 150㎝ 전후로 봤으나 지금까지 나온 연구·조사 결과를 반영하면 키가 더 작고, 어린 여성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착장한 장신구와 유물 분석 등을 통해 무덤 주인공은 키가 130㎝ 내외, 나이는 10세 전후의 신라 왕실 여성, 공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연구소는 이날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연구·조사 성과를 정리하는 행사를 열어 44호 무덤에서 나온 실제 유물과 이를 복원한 재현품을 함께 선보인다.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은 12일까지 쪽샘유적발굴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