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진으로 국내 섬의 가치와 의미 알릴 수 있어서 보람”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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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한국건설안전기술 대표

3년간 남해안 400여 개 섬 촬영
9~15일 부산시청서 사진전 개최
전시 수익금 장학회 등에 기부 계획

이상호 한국건설안전기술(주) 대표. 이재찬 기자 chan@ 이상호 한국건설안전기술(주) 대표. 이재찬 기자 chan@

“10년 전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 지인들과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요. 그때 남해안 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언젠가 사진 작품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상호 한국건설안전기술(주) 대표는 이 경험을 계기로 5년 전 사진 전문가로부터 촬영 기법을 열정적으로 배웠다. 이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주말마다 통영시, 거제시, 여수시, 고흥군, 완도군, 진도군, 신안군 등 남해안 섬을 위주로 촬영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에서 섬을 대상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고 때론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수의 주민이 사는 낙도에 들어가기 위해 새벽 4~5시 부산에서 차를 몰고 출발해 인근 항구까지 가서 배를 탔다. 눈이 쌓인 섬 풍경을 담기 위해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밤에 급히 차를 몰고 나서기도 했다. 섬 앞에 대기하다가 배편이 없어 허탕을 치거나 정작 섬에 도착했을 땐 거센 바람에 눈이 다 날아가 원하는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기도 했다.

토목공학박사인 이 대표는 “팬데믹 기간에 회사 관련 사업을 비롯해 공학회, 협회, 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자문과 심의 활동이 중단돼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촬영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파란 하늘과 짙푸른 바다, 기암절벽에 위태롭게 뿌리를 내린 해송, 해수면에 반사된 은빛 물결, 해초를 보듬은 암초와 갯바위, 몽환적 분위기의 해무 등 시간과 공간이 정지된 듯한 풍경을 마주하면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 대표는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부산시청 제2전시관에서 ‘팬데믹에서 섬의 탄생’을 주제로 첫 전시회를 연다. 남해안 섬을 위주로 촬영한 60점을 전시한다. 지난 3년간 카메라로 포착한 남해안의 다채로운 섬과 바다 풍경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전시 하이라이트 작품은 ‘자은도의 노을’이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저녁노을이 물든 장면이다. 썰물로 물기를 머금은 갯벌 바닥에 노을이 투영돼 장관을 이룬다. 왼쪽엔 짙은 구름과 어둠이 깔려 붉은 노을과 극명한 명암의 대비를 보여준다. 햇빛에 비친 잔물결인 ‘윤슬’을 포착한 ‘여수 하화도’는 한 폭의 그림 같다. ‘미조면 조도’에 나오는 낙락장송은 운치 있게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3400여 개의 아름다운 섬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400여 개의 섬을 방문해 촬영했습니다. 사진 작업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섬들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릴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도 섬 축제 개최를 통해 섬의 역사, 문화, 관광 등 인문학적 발굴과 조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남 여수시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연다. 이 대표는 여수세계섬박람회 관련 사진 공모전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전시는 모교인 부산공업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행사를 축하하는 전시이기도 하다”며 “전시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 돕기와 장학회 기부를 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직한 뒤 20년 전 한국건설안전기술(주)을 부산 남구 대연동에 설립했다. 교량, 터널, 건축, 수리 등 시설물 안전을 진단하고 안전기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주된 사업 영역이다. 그는 “구조물 안전진단 업종에서 일하면서 남다른 관찰력, 공간지각력이 생긴 것 같다”며 “사진 촬영 작업을 할 때 이 부분이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의 '자은도의 노을'. 이상호 제공 이상호의 '자은도의 노을'. 이상호 제공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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