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 사망사고 3시간여 만에…김두겸 울산시장, ‘소맥만찬’ 참석 구설수
지난 1일 지자체 지원 레저축제서 20대 안전요원 사망
김 시장, 당일 저녁 체육회·지역 유지와 만찬 자리 참석
꽃다발 받고, ‘참 맛있다’ 사인도…“부적절한 처신” 도마
울산시와 울주군 예산으로 마련한 레저축제에서 대낮에 20대 안전요원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진 당일 김두겸 울산시장과 시체육회 임원들이 이른바 ‘소맥(소주+맥주)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김 시장 측은 “이 자리에서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참석 자체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게 나온다.
4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오후 2시 5분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에서 열리던 울주해양레포츠대축전 생존수영 대회에 투입된 안전요원 A 씨가 바다에서 숨지는 사고가 났다.
A 씨는 자신의 근무 시간이 끝나고 다음 경기를 앞둔 쉬는 시간 물속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현장 구조대와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소용 없었다. A 씨는 오후 3시 15분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A 씨가 수경을 잃어버렸다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동료 안전요원과 함께 수경을 찾다가 변을 당했다고 알려졌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계당국은 A 씨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행사는 울산시가 5000만 원, 울주군이 2억 2500만 원을 내는 등 지자체 예산을 받아 지역 방송사가 주최, 주관했다. 축제 예산의 90% 이상 시·군비가 투입돼 사실상 지자체 행사나 마찬가지였다.
안전요원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3시간여 지났을까. 김두겸 시장과 김철욱 시체육회장 등은 이날 개막식 참석에 앞서 오후 5시 20~30분께 해수욕장 인근 식당에서 지역 유지 등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개막식은 사고 여파로 전면 취소된 상태다.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식탁마다 고기를 굽는 철판과 소주, 맥주 등이 놓여 있었고, 김 시장은 지역 유지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김 시장은 해당 식당에 사인을 하며 ‘참 맛있다’고 쓰기도 했다.
축제장에서 벌어진 한 젊은이의 갑작스러운 참변으로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져 있는 사이 정작 울산시장과 시체육회 등 고위직 공무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만찬을 벌인 것이다. 무엇보다 공직자로서 유족의 아픔을 도외시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A 씨는 울산시 산하 장애인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시장 측은 “당시 사망사고에 대해 보고는 받았지만 우리 시 복무요원인 줄 몰랐다. 일반 식사 자리였고 술자리가 아니었다”며 “(김 시장은) 전혀 술을 먹지 않았고, 일부 반주하는 사람을 배려해 술 등이 미리 세팅돼 있었다. 사인도 방문 기념으로 식당 측이 요청해서 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