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서도 출생 미신고 영아 8년 전 암매장
생후 8일된 딸 야산에 묻어
친모 “경황 없어 신고 못 했다”
경찰, 살해 여부 등 수사 확대
거제는 영아 시신 수색 재개
부산에서도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가 암매장된 사실이 확인돼,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부산경찰청은 아동학대 방임치사 혐의로 40대 친모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2015년 2월 11일 출생 뒤 8일째 된 자신의 딸이 숨지자, 기장군 주거지 인근 야산에 직접 매장한 혐의다. 영아는 같은 달 4일 출생했고 10일까지 병원에 있었다.
기장군청과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병원에서 주거지로 데려온 다음 날 영아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해 야산에 묻어주었다고 진술했다. 병원이나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경황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당시 A 씨는 남편과 떨어져 사실상 홀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영아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A 씨가 적절한 조치 등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 씨가 영아를 살해하거나 영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제공했을 가능성도 수사 대상이다. 실제 경남 거제시에서 발생한 생후 5일 영아 살해 유기 사건(부산일보 7월 3일자 11면 등 보도)도 사실혼 관계 부부가 초기엔 영아가 숨져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뒤늦게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시신 유기 혐의의 경우 7년의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돼 적용이 어렵다. 아동학대 관련 혐의는 피해 아동이 성인이 된 날을 공소시효 시작 기준일로 정하기 때문에 혐의 적용엔 문제가 없다.
기장군 영아 암매장 사건은 지난 3일 기장군청이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없는 이른바 ‘유령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는 과정에 확인됐다. 당시 A 씨는 영아에 대해 질문하던 군청 직원에게 “숨져 야산에 묻었다”고 순순히 털어놨고, 군청은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5일부터 인력을 동원해 암매장 추정 장소에 대한 수색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사안이 중대한 만큼 여러 가능성을 두고 면밀하게 살필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부산에는 출생 미신고 아동과 관련해 19건의 수사 의뢰가 들어왔다. 이 중 8건은 아동의 소재가 확인됐으며, 7건은 관련 단체에 아동을 넘겼다는 부모의 진술을 토대로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3건은 부모의 연락처를 파악 중이며 나머지 1건이 기장 영아 암매장 사건이다.
앞서 드러난 경남 거제 영아 살해 유기 사건과 관련, 경찰은 인력을 보충하고 피해 영아 시신 수습 작업을 재개했다. 경남경찰청은 4일 오후부터 거제시 고현천 주변에 대해 집중 수색을 진행 중이다. 고현천은 앞서 구속된 부모가 아기 시신을 지난해 9월 유기한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경찰은 이날 7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폭 40m, 길이 430m 하천 일대를 비롯해 연접한 해안가 갯벌 구간 500m까지 훑었다.
경찰은 살인 및 사체 유기 등의 혐의로 30대 친모 A 씨와 20대 친부 B 씨를 구속했다. 지난달 29일 긴급 체포된 부부는 최초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숨져있어 근처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지만, 계속된 경찰 추궁에 이들은 당초 진술을 번복해 아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하천에 버렸다고 털어놨다.
주거지 인근 야산을 수색했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던 경찰은 즉시 20여 명을 투입해 고현천을 수색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하자 수색 인력과 범위를 늘리고 있다. 유기 후 1년 가까이 지나 훼손되거나 유실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유령 아동 관련 사건을 209건 접수해 193건을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출생 미신고 아동 20명의 소재를 확인했고 178명은 여전히 소재 파악 중이다. 11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