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범죄도시3’ 극장 영화 달라진 선택 기준 보여줬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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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관람료 인상 등 영향
확실한 볼거리 있을 때 티케팅

다른 작품 흥행 이어질지 관심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3’가 천만 영화에 오르면서 극장가에 훈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3’가 천만 영화에 오르면서 극장가에 훈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3’가 천만 영화에 오르면서 극장가에 훈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영화 소비와 관객 표심을 증명한 한국 영화 첫 사례로 꼽힌다. 본격적인 극장 최성수기를 맞아 이달 말부터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둔 상황이라 다른 한국 작품들이 흥행 기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올 상반기 국내 극장 관객 수는 5839만 207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같은 기간 3241만 4128명이 극장을 찾은 것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1억 931만 8867명)와 비교해도 절반 이상 회복했다. 지난해 전체 관객 수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수치라 여름 시장의 성과에 따라 올해 극장 최종 관객 수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이번 ‘범죄도시3’의 기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라진 관객들의 극장 영화 소비를 오롯이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관에 가지 않고도 넷플릭스와 웨이브,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데다 영화 티켓 가격 상승으로 관객들의 극장 영화 선택 기준이 달라진 현 세태를 증명한다는 목소리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범죄도시3’는 코로나 이후에 기획된 작품”이라며 “관객들은 높은 티켓 값을 낸 만큼 마동석 배우의 시원한 액션에서 카타르시스와 대리 효능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관객들이 영화관에 갈 이유가 뚜렷한 작품이라 흥행에 성공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엔데믹 이후 ‘시리즈’와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한 높아진 관객 수요도 보여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 5월 이후 관객 500만 명을 모은 영화는 영화 ‘공조2:인터내셔날’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범죄도시2’ ‘범죄도시3’ ‘스즈메의 문단속’ ‘아바타:물의 길’ ‘탑건:매버릭’ ‘한산:용의 출현’ 등 8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그의 재난 3부작,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이 이순신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인 걸 고려하면 모두 시리즈 영화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리즈·프랜차이즈 영화들은 전편들에서 쌓인 신뢰가 있다”며 “이름 있는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다. 하 평론가는 이어 “예전보다 관객들이 확실히 볼거리와 오락성, 재미를 담보할 때 극장에 가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봤다. 정 평론가도 “팬덤이 있는 작품은 영화관에서 소비가 된다”면서 “‘범죄도시3’도 프랜차이즈 영화의 상승 효과를 얻은 걸로 보인다”고 했다.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영화계에선 ‘범죄도시3’ 흥행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향후 여름 개봉작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여름 영화 마을에는 류승완 감독의 ‘밀수’, 김용화 감독의 ‘더 문’,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 등이 출사표를 던진다. 모두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다. 류 감독과 김 감독은 각각 ‘베테랑’과 ‘신과 함께’ 시리즈로 1000만 관객을 모았고, 김성훈 감독도 영화 ‘터널’과 넷플릭스 ‘킹덤:아신전’ 등을 만든 흥행 감독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에도 한국 영화계가 계속 보릿고개였다”이라며 “‘범죄도시3’ 흥행으로 영화가 재미있으면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다는 걸 보여줘 이번 여름 시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 ‘더 문’ 스틸 컷. CJ ENM 제공 영화 ‘더 문’ 스틸 컷. CJ ENM 제공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컷. 쇼박스 제공

다만 이번 흥행이 한국 영화 시장의 회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달 개봉한 한국 액션 영화 ‘귀공자’와 ‘라방’은 각각 관객 58만 명과 1만 명에 그치며 고전하고 있어서다. 하 평론가는 “작년에도 ‘범죄도시2’가 천만 영화로 올랐을 때 한국 영화 부활을 기대했지만, 다른 영화에는 영향을 많이 주진 않았다”며 “이젠 앞으로 개봉하는 여름 영화의 성적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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