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민의 기후 인사이트] 슈퍼 엘니뇨, 정말로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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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기상재해 우려로 전 세계 떠들썩
실제 영향은 지역별로 차이 커
지나친 걱정과 대응 자제 필요
재난관리 준비에는 빈틈없어야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한가운데에서부터 동태평양까지 바닷물이 수개월 이상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축적된 열기를 품고 있는데, 이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전체 지구의 대기순환이 크게 요동치게 된다. 그러면 지구촌 곳곳에 가뭄과 홍수, 폭설 등 불규칙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가 속출한다. 엘니뇨는 대개 2~7년마다 한 번씩 발생하는데 특별히 더 강력하게 발생하여 적도 바다를 들끓게 만드는 녀석이 있다. 바로 슈퍼 엘니뇨이다.

올해 초부터 적도 바다가 따뜻해지는 경향이 생기더니 5월부터 공식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였다. 아직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엘니뇨가 슈퍼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한 해 발생할 수 있는 기상재해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 언론이 떠들썩하다. 우리나라도 주요 언론들이 슈퍼 엘니뇨를 부각하며 올여름 우리나라에 극단적인 폭우가 내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정말 슈퍼 엘니뇨는 우리에게 위험한 현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살펴보면 그렇다. 사실 엘니뇨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기상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이견이 있어 왔다. 필자도 궁금해져 과거 슈퍼 엘니뇨 사례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을 조금 살펴보았다.

그 결과, 슈퍼 엘니뇨로 인해 전 지구 기상이변이 급증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영향은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슈퍼 엘니뇨가 특별히 더 강력하고 극심한 기상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려웠다. 재난에 대한 대비는 철저할수록 좋겠지만 도가 넘는 걱정으로 우울해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과거 자료를 살펴보자. 지난 반세기 동안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해는 1982년, 1997년, 2015년 딱 세 번뿐이었다. 대략 15년에 한 번꼴로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것인데 이때 우리나라에는 어떤 피해가 있었을까.

놀랍게도 기록을 깰 만큼 큰 피해는 없었으며 다소 무난한 한 해 한 해였다. 해마다 경향성도 달랐다. 1982년 겨울은 평년보다 조금 춥고 강수량도 적었는데 반해 1997년의 경우 전반적으로 평년에 비해 따뜻하고 강수량도 조금 많은 수준이었다. 2015년 사례도 특별한 것 없이 평범했다. 강렬한 폭염도 기록적인 집중호우도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폭염은 2018년 여름철에 발생했으며 이때 강원도 홍천이 40도가 넘는 온도를 기록했다. 그다음 폭염 기록은 1994년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슈퍼 엘니뇨와는 관련이 없다. 장마의 경우, 역대 최장 장마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54일간 비를 쏟아낸 2020년이었다.

사실 필자도 우리나라 주요 극한 기상 기록들이 모두 슈퍼 엘니뇨를 비켜 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다. 엘니뇨 해에 지구촌 여러 지역에서 극한 기상 현상들이 증가한다는 논문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오히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이듬해였다.

자료를 살펴보니 이듬해에 예외 없이 우리나라 기온이 매우 따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슈퍼 엘니뇨와 관련된 잘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이듬해에 전 지구 평균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인데, 아마도 올해 슈퍼 엘니뇨가 찾아온다면 내년은 기록적인 지구 온도 상승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향성을 우리나라도 피해 갈 수는 없을 듯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만약 슈퍼 엘니뇨가 올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얼마만큼의 피해에 대비해야 하는 것일까. 적어도 과거 데이터로 살펴보았을 때는 국가적으로 슈퍼 엘니뇨가 온다고 해서 맞춤형으로 특별한 대비를 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사실이 기상재해에 대한 재난관리와 조기경보의 중요성을 희석시키지는 못한다. 기후변화로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재해 발생 수는 4~5배 증가한 반면 조기경보와 진보된 재난관리로 인해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신문을 보면 역대급 자연 재난을 강조하는 기사들로 넘쳐난다. 이번 슈퍼 엘니뇨와 관련된 다소 과장된 보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물론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찾아보면 원인과 결과가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들조차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 언론의 부주의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비난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가속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언론의 조기경보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하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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