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다이어트’에 부산 주요 현안 사업 ‘빨간불’
기재부, 내년 예산 긴축 본격화
중앙부처, 신규사업 ‘한도 외’ 편성
부산시 “국비 확보 난항” 토로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10억 편성
수출용 신형 연구로 등 대폭 삭감
부산 국회의원 대책 마련 분주
부산시가 추진하는 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조성, 블록체인특화클러스터 사업 등이 국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정 다이어트’ 지시 이후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에 대한 ‘긴축 편성’을 본격화한 탓이다.
4일 시 등에 따르면 정부의 긴축 재정 방침에 따라 부산 관련 각종 현안사업의 국비 편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주요 중앙부처는 최근 부산 지역 사업 관련 예산을 ‘한도 외’로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도 외 예산 편성은 해당 부처의 전체 예산 한도를 벗어난 편성을 말한다. 정부 예산안에 사실상 반영되지 못했지만 추가로 부처 한도가 증액되거나 국회에서 해당 예산을 증액할 경우 편성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관련 신규 사업의 경우 중앙 부처가 ‘한도 외’로 편성해 국회에서 이른바 ‘쪽지예산’으로 반영하는 방식을 ‘강제’하는 경우가 많다.
시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건설하려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집적단지(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의 경우 내년에 국비 30억 원이 필요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에는 10억 원이 한도 외로 편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아 초안 상태지만 국비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데이터센터는 현재 수도권에 약 70%가 위치한 데다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가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인 시가 추진하는 블록체인특화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한도 외로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구 조성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신규 사업으로 항만, 관광, 라이프케어 등 지역특화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블록체인융합프로젝트(3개 분야), 사업화지원(26개) 등을 위해 내년에만 51억 원의 국비가 필요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담당 부처인 과기부는 사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세수 부족’ 등의 이유로 ‘한도 외 편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단지 내에 만들어지는 ‘수출용 신형 연구로’ 역시 내년에 필요한 국비 1570억 원 가운데 수백억 원이 삭감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비가 전액 확보되지 않을 경우 1년 이상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 사업에 큰 지장이 초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총사업비 증액 협상에 성공한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도 내년에 필요한 국비 513억 원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부산공동어시장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 증액에 사실상 성공한 데다 내년 공사 착공을 위한 ‘계약금’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시가 수년째 추진하고 있는 도시철도(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국비 보전은 또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1984년 대통령 지시로 도입돼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각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다. 부산을 비롯해 서울, 인천, 대구 등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는 매년 정부에 손실보상을 요구했지만 국비 확보에 실패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 편성에서도 긴축 재정을 이유로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보전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국비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시와 부산 국회의원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 국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 예산을 국회에서 대거 ‘쪽지 예산’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처지가 된 정치권도 부담이 커졌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에서 증액할 수 있는 예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예년에 비해 지역 현안 국비를 챙기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