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잡았다’ DNA 수사로 성폭행 드러난 40대 실형
울산지법, 징역 3년 4개월 선고
노래방서 난동부리다 범행 들통
미제로 묻힐 뻔한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가 노래방에서 난동을 부려 법정에 섰다가 15년 만에 범행이 들통나면서 철창에 갇혔다.
울산지법 형사11부(이대로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0대) 씨에게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2008년 6월 새벽 울산 한 주택가에서 택시에서 내려 귀가하는 30대 여성 B 씨를 집까지 따라가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당시 B 씨가 집 출입문을 열길 기다렸다가 갑자기 그의 머리채를 잡고 안방으로 끌고 들어가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고 강간을 시도했다.
B 씨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A 씨에게 “담배나 한 대 피우자. 담배를 가져오겠다”고 말한 뒤 안방에서 벗어나 화장실로 도망쳐 몸을 숨겼다.
B 씨가 보이지 않자, A 씨도 서둘러 달아났다.
날이 밝은 뒤 B 씨는 경찰서로 가서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모발과 음모 등을 수거해 DNA 감식을 국립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감식 결과, 해당 모발이 남성의 것으로 확인됐지만, A 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A 씨 DNA 정보가 수사기관 데이터베이스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1년가량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자, 미제로 분류돼 결국 종결 처리됐다.
14년이 흐른 2022년 4월. A 씨가 다른 사건으로 재판받아 DNA를 채취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 씨는 노래방 업주를 소화기로 때려 다치게 해 특수상해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는데, 특수상해 범죄는 피의자 DNA 채취 대상이었다.
이에 검찰은 A 씨를 불러 DNA를 채취, 2008년 성폭행 사건 당시 B 씨 집에서 나왔던 모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칫 미제로 남을 뻔한 A 씨의 범죄 행각이 1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B 씨가 합의금을 노리고 마치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자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 떨어진 모발에서 피고인 외에 다른 남성의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됐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