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서 굶어 죽는 유기동물 없게 하자" [반려동물의 친구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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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사)동물사랑영도

(사)동물사랑영도에서 길고양의 삶을 알리기 위해 개최했던 사진전. (사)동물사랑영도 제공 (사)동물사랑영도에서 길고양의 삶을 알리기 위해 개최했던 사진전. (사)동물사랑영도 제공

올해 초 ‘길고양이 돌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사실 이 문제는 길고양이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꾸준히 제기되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과거에는 단순 길고양이의 행동에 관련된 민원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케어테이커(돌보는 사람)에 대한 민원으로 변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과 길고양이 돌봄 지침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동물사랑영도 김윤자 대표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회원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청소하지 않을 거면 밥도 주지 말라’는 것이다. 길고양이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주변 좀 깨끗하게 청소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단다. 밥을 주는 것보다 청소가 우선이라고 생각한 회원들은 물티슈와 종량제 봉투를 들고 다니며 길고양이 밥자리를 깨끗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급식소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곳에 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회원들에게 갈등이 생겨도 절대 싸우지 말라고 당부한다. 싸워서 해결되는 일이 없을 뿐더러 막상 찾아가 보면 대화로 해결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A공원에서 길고양이 급식소 민원이 들어와 전부 수거된 일이 있었다. 김 대표가 직접 가 보니 눈에 띄는 곳에 급식소가 있는 게 문제였다. 김 대표는 급식소 6곳 중 2곳을 치우고, 4곳을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재배치했다. 그러자 민원이 줄기 시작했다. 그는 “공무원도 민원이 들어오면 해결해야 하고, 우리는 밥 주는 고양이를 지켜야 하지 않냐”며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70~80%라도 인정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동물사랑영도는 ‘영도구에서 유기돼 아사하는 동물이 없도록 하자’는 목표로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원래 영도구에 사는 반려인 한두 명이 소소하게 모여 활동하던 작은 모임으로 회원이 한 명, 두 명 늘어 현재는 100명이 넘게 활동 중이다. 월 회비를 내는 회원은 20여 명이다. 회비는 길고양이 중성화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구청에서 지원하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 오는 11월 말쯤이면 끝난다”며 “이후에 잡힌 아이들의 중성화 수술 비용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구조된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들을 위해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과 사람이 같이 평온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사진전 등을 열어 길고양이의 삶을 널리 알리고 유기된 동물과 길고양이의 생활을 지원하며 제도 개선 캠페인 및 구조 활동도 펼치고 있다. 7년 정도 활동하다 후임자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라고 밝힌 김 대표는 영도구에 유기동물을 위한 작은 쉼터가 생기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주말에 구조된 동물들은 갈 곳이 없어요. 단 며칠만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임시 쉼터가 생기게 된다면 잠시 쉬어갈 수 있죠. 동물들이 주는 힘이 있지 않습니까. 일반 시민들도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대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와서 힐링할 수 있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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