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막걸리의 아스파탐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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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막걸리에 아스파탐이 들어간다는 말이 들리더니, 이제는 아스파탐 안 들어간 막걸리를 찾기 힘들게 됐다. 막걸리에 아스파탐을 넣는 건 단맛을 내기 위해서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나 강하다. 설탕의 0.005%만 써도 같은 정도의 단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싼값에 단맛의 막걸리를 만들 수 있기에 양조장마다 아스파탐을 찾는다.

그런데 지금 막걸리업계가 아스파탐 때문에 초비상이다. 다른 데도 아닌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최근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오는 14일부터 ‘발암가능물질 등급 2B군’으로 분류한다는 게다. 등급이야 어떻든 일반인들로서는 막걸리를 마시면 암이 생길 수도 있다는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잘됐다”는 사람도 있다. 막걸리 옛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다. 막걸리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시큼털털한 맛이다. 이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특히 젊은이들이 꺼린다고 해서 양조장마다 아스파탐을 넣는다. 결국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돈 벌려고 양조장을 운영할 테니 이를 두고 뭐라고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시큼털털한 맛을 그리는 이들은 WHO의 이번 발암물질 예고가 막걸리 옛 맛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건 아닌가 조심스레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씁쓸하다. 사실 아스파탐의 부작용이나 유해성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 비만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이들에게 뇌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2011년 영남대 연구팀이 아스파탐을 실험용 물고기에 투여했더니 뇌손상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2022년엔 아스파탐이 생쥐 실험에서 불안 반응을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그런데도 그동안 식품보건 당국은 적당히만 먹으면 아스파탐은 안전하다고 강조해 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체중 1kg당 50mg 이하의 아스파탐 섭취는 괜찮다고 하니,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슷한 권장량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번 WHO의 예고로 인해 보건당국의 신뢰성은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실하게 해소되지 않은 대상을 두고 막연히 괜찮을 것이라고 우기는 건 무책임한 행태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게 옳다. 사전에도 없는 ‘만사불여튼튼’이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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