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기장 이어 진주에서도… 수년 만에 드러난 어린 죽음들
부울경 세 번째 영아 암매장
친모 “건강상 이유 숨져” 진술
기장선 영아 수색 작업 돌입
정부, 위기임산부 지원 강화
시군구 전담조직 구성도
경남 거제시, 부산 기장군에 이어 경남 진주시에서도 부울경 세 번째 영아 암매장 사건이 확인됐다. 전국적으론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 사건 접수 건수가 400건을 넘어섰다.
5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2017년 1월 진주에서 태어난 한 영아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내사 중이다. 최근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진주시가 관련 사실을 인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30대 친모 등은 아기가 건강상 이유로 숨졌으며, 영아 시신은 친모 집안의 어르신이 가져가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체 유기 당사자로 지목된 할머니는 2021년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서 친모는 “친정 어머니가 몸이 불편한 채로 태어난 아기를 데려갔고, 이후 할머니(친정어머니의 시어머니)가 다시 아이를 데려갔는데 출생신고 전 숨져 매장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친모와 친모의 모친 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이전 단계라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면서 “내용을 확인하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 영아 암매장 사건은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들어갔다. 부산경찰청은 5일 오전부터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 인근 야산에 기동대, 여청수사대, 과학수사대 등 50여 인력과 수색견 2마리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해당 지역은 2015년 2월 친모가 숨진 딸을 묻은 곳으로 지목한 장소로, 주거지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날 수색에선 25cm가량의 동물 뼈가 발견된 것에 외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암매장 뒤 8년이 흘렀고, 그사이 포장도로와 주민 경작지 등이 생기면서 지형도 변해, 수색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발견된 뼈가 형태상 동물의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분석을 위해 정밀 감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4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친모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대나 살인 혐의 등을 부인하고 있다. 2015년 2월 생후 일주일이 된 딸을 병원에서 데려온 다음 날 갑자기 숨졌고, 경황이 없어 차량으로 시신을 옮긴 뒤 이곳에 묻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친모가 기장군청에서 진술한 내용과 큰 틀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며 “수색 범위를 넓혀가면서 시신을 찾는 것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령 영아’ 누적 사건 접수 건수는 5일 현재 42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193건보다 하루 만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당분간 지자체로부터의 수사 의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수사 의뢰 건수 중 영아가 숨진 사례는 모두 15건이다. 8건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를 발견해 수사 중이며, 5건은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나머지 2건은 경기도 수원에서 숨진 채 냉장고에서 발견된 사례로 친모에 의해 살해된 정황이 확인돼 검찰에 송치했다.
부산은 5일 오후 6시 현재 부산은 출생 미신고 관련 수사 의뢰가 11건이 추가돼 누적 30건이 됐다. 이 중 11건은 영아의 소재가 확인됐고, 18건은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유기했다는 친모 진술을 토대로 아이를 찾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 1건은 기장 영아 암매장 사건으로, 경찰은 현재 친모를 입건하고 아동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5일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 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를 위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법제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주민등록 사실조사와 연계해 출생 미등록 아동을 집중조사하고 지원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올해 10월까지 '출생 미신고 아동 신고기간'을 운영하며 집중 확인을 벌이고, 이 기간에 출생 미신고 아동을 자진 신고하면 과태료 등 처벌도 경감할 방침이다. 또 시군구에 '출생 미등록자 지원 전담조직(TF)'를 구성해 각종 행정·법률구조·복지 서비스 등을 연계하기로 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