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노 다케루 “놀라움과 발견 있는 그림 그리고 싶어” [전시를 듣다]
‘비너스’ 시리즈로 유명한 아마노 작가
한국 첫 공식 개인전…16일까지 개최
해운대구 OKNP에서 신작 등 54점
‘왜 비너스인가’라고 물었더니 작가는 반문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가?”
일본 작가 아마노 다케루(아마노 타케루) 개인전이 부산 해운대구 OKNP(옛 가나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아마노 작가는 간결한 선으로 인물을 그린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비너스’ 시리즈다. 작가는 “개도 그리고 정물도 그리고 구름도 그리는데, 다들 비너스만 보려고 하니까 그것만 노출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노 작가의 비너스 시리즈가 대중에 소개된 것은 약 10년 전의 일이다. “파리에서 가진 전시회가 계기가 됐죠. 파리 전시 이후 일본 교토에서 전시가 열렸는데 그때 작품이 다 팔리며 유명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197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아마노 작가는 미국·프랑스·홍콩 등에서 전시를 갖고, 국내에는 아트페어를 통해 소개됐다. 부산 OKNP와 서울 신세계갤러리 강남에서 함께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한국에서 가지는 첫 공식 개인전이다. 총 54점이 소개되는 부산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그랜드 조선 부산 4층에 위치한 OKNP에서 열린다.
아마노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앨범 자켓·잡지·배너 디자인에 영화 아트 디렉터까지 디자인 기반의 일을 하면서 계속 그림을 그렸어요. 마지막으로 되고 싶었던 것이 아티스트였기에, 내가 하는 여러 일을 하나씩 지워갔다고(정리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작가는 좋아해서 그리는 그림이니까 좋아하는 것을 그린다고 했다. 전시장 안쪽 바다가 보이는 공간에 걸린 구름 그림도 그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레몬, 양초, 빈 술병 등을 그린 정물 작업도 눈길을 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벽화에서 인생의 쓴맛을 표현하고 과음을 경계하는 의미를 전하는 것과 같은 그림이죠.”
노란색 또는 분홍색 배경에 그려진 인물의 머리에 흰색 덩어리가 보인다. 작가는 ‘빛’이라고 설명했다. “빛이 위에서 떨어져서 그림자를 만드는 것을 표현했죠.” 머리 위에 떨어진 빛과 그 빛으로 인해 생겨난 그림자는 단순한 선으로 된 그림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나의 테크닉인데, 그림자의 색이나 형태에 따라 그림이 더 잘 보여요. 그림자를 두껍고 어둡게 그리면 깊이감이 생기고, 엷고 퍼지게 하면 또 다른 느낌이 나오죠. 주변 색과의 조화까지 연구하며 작업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배경에 계란이나 감귤 같은 패턴이 그려진 작품도 보인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기 위한 시도이다. “인생이든 예술이든 재미있게 하는 것, 질리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마노 작가는 상상과 발견이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부산에 와서 자고 일어났는데 ‘여기가 어디더라’ 하는 기분이 들었죠. 그런 놀라움과 발견이 바로 인생의 즐거움이죠. 그렇게 다른 것이 보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팝아트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아마노 작가는 어떤 장르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림의 목표는 결국 누군가의 집 벽에 걸리는 것이죠. 연애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죠.”
OKNP 전시장 입구 벽에 아마노 작가가 스프레이로 그린 비너스 그림이 있다. 그 아래 작가가 남긴 글귀 하나. ‘Art is Hope.’ 예술은 희망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