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부른 것도 인류, 그 속도를 늦추는 것도 인류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최재희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군락이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길이 약 2000km, 너비 약 500~2000m, 면적은 약 34만 8700㎢로 한반도 면적보다 넓다. 산호초 라인을 기준으로 안과 밖을 나눠 보면 산호초 군락이 거친 대양을 막아 내는 거대한 천연 장벽의 역할을 한다. 해안을 따라 발달한 산호초는 바다에서 밀려드는 거센 파도의 힘을 완화한다. 그 덕분에 산호초 안쪽의 바다는 상대적으로 파도가 잔잔하다. 아늑한 안쪽의 바다는 수천 종의 해양 생물이 이웃하여 살아가는 보금자리이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바다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약 400여 종의 산호와 1500여 종의 어류, 4000여 종의 연체동물, 그리고 바다거북이 함께 살아간다.
산호초 군락은 육지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산호의 몸속에 사는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산호가 살아야 바다가 살고 나아가 기후 위기를 막는 데도 이롭다. 이렇듯 해양 생태계와 인간에게 이로운 산호초이지만, 최근 여러 지역에서 산호가 빠르게 죽고 있다. 2009년~2018년 사이에 세계 산호초의 약 14% 정도가 사라졌다. 산호초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백화현상’이다. 산호는 다채로운 색을 가진 공생 조류 덕에 아름다운 자태를 가꿀 수 있지만, 수온이 상승하면 하얗게 변한다. 산호가 민감하게 변하는 이유는 기후 변화에 따른 바닷물 온도 상승이다. 산호가 살기 적합한 온도는 약 23~29도 내외인데 최근 열대와 아열대 바다의 온도는 심심치 않게 30도를 넘기고 있다. 산호의 죽음은 산호초에 기대어 사는 수많은 바다 생물에게 위협이 된다. 매부리바다거북에게도 마찬가지다. 매부리바다거북의 개체 수가 계속 줄어드는 원인에는 인간의 포획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바다거북의 주요 먹이인 해조류의 소멸 탓이 크다. 매부리바다거북은 산호초의 죽음으로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짝짓기 시기를 놓치거나 인간이 놓은 그물에 걸려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매부리바다거북의 위기는 곧 산호초의 위기요, 산호초의 위기는 머지않아 인류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멸종 위기 동물에서부터 풀어 나가는 책이다. 저자는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직면한 이유를 서식지의 기후 변화에서 찾고 그러한 변화를 부추기는 원인을 지리적으로 들여다본다.
풍요로운 열대림을 자랑하던 적도 근처의 섬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여우원숭이들도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섬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이 섬의 열대림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아치나나나 열대 우림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생태적인 면에서 중요성이 큰 곳이지만 화전 농업, 불법 채굴, 목초지 개간, 불법 벌목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특히 열대 우림에 사는 여우원숭이들은 서식지를 침해당하고 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열대림이 파괴되면 기후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처럼 책을 읽다 보면 실존의 문제를 겪고 있는 멸종 위기 동물들의 삶을 고민하게 되고 인간에게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두루 살피게 된다. 저자는 “인위적인 활동 탓에 기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라면 역으로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도 오직 인류뿐이다”라고 강조한다. 최재희 지음/창비/168쪽/1만 3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