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은법 개정안 연내 마무리, 정치권이 결단하라
2차 공공기관 이전 내년 연기
정부·여당, 국민 혼란만 가중
정부가 올 7월로 예정했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발표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뤘다. 오는 10일 출범하는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최근 기자단과 만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내년 총선 이후에 나올 것”이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자칫 사업이 지역구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며 “선거 전에 화약고를 섣불리 건드릴 바에야 준비를 철저히 해서 이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이 총선을 빌미로 국론 분란만 조장하는 꼴이다.
정부의 계속된 말 바꾸기로 인해 비수도권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지역구 표심을 잡기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정치 공약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난마저 고조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올해 연말부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최근 2차 공공기관 이전 입지와 500여 개 이전 대상 기관 규모조차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할 의지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국민에 한 약속조차 손바닥 뒤집듯이 수시로 바꾸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정부를 국민 누구도 신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점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실행이 내년 총선 이후로 넘어가면, 국회에 계류된 KDB산업은행법 개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 부산 완전 이전 일정이 지연될 우려가 크다. 벌써 PK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해 산은법이 논의되지 않으면 중앙당을 설득하기 곤란하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야당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지연될 경우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정치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반발이 쏟아질 것이다.
올해 산은법 개정과 2차 공공기관 로드맵 발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공약이다. 지난 정권처럼 또다시 총선 표 계산에만 몰두해 거짓 약속과 희망 고문을 일삼는다면 여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현 정권의 정치적 동력과 의지는 사라지고, 혼란만 가중되게 된다. 산은을 시작으로 300~500개로 추산되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조속히 확정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으로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확고한 의지와 결단력으로 국민의 희망을 실현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