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기만큼 흥미진진” 부산 야구 뮤지컬, 흥행 홈런 예감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뮤지컬 '야구왕,마린스!' 초연
리틀 야구단 그린 부산 창작 작품
무대엔 실전 방불케 한 전광판
배우들 실제 경기처럼 신난 경기
16일까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잘 다듬어 시즌 2, 3 제작했으면
“런 런 런 뛰고 또 뛰어(런! 런! 런! 런!)/ 런 런 런 홈런을 날려(런! 런! 런! 홈런~)/ 야야야 야야야야 리틀 야구단(리틀 야구단~)/ 야야야 야야야야 다 함께 소리쳐/ 야야야 야야야야 리틀 야구단(리틀 야구단~)/ 야야야 야야야야 멈추지 않아~!”
공연이 끝났는데도 머릿속엔 뮤지컬 넘버 중 하나인 ‘야야야, 리틀 야구단’ 응원가 가사가 계속 맴돌았다. 지난 5일 개막한 ‘부산표’ 창작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재)부산문화회관·라이브(주) 제작)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그동안 쇼케이스(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혹은 제작 발표회(서울 경향아트힐), 프레스콜(부산시민회관) 등의 이름으로 부분 시연은 있었지만, 80여 분에 달하는 전막 공연(초연)을 본 것은 지난 7일 밤이 처음이었다.
오락가락 억수 같은 비가 내린 가운데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을 찾은 800여 관객은 공연이 끝난 후 흐뭇한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부산시 신창호 디지털경제혁신실장, 김기환 문화체육국장, 남정은 청년산학국장 등도 공연을 본 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다이아몬드를 닮은 그라운드는 흙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보석”이라고 하고, “이기는 경기와 즐기는 경기 중에 어떤 야구를 하고 싶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둘 다 하고 싶다”고 외치고, “잘하는 선수 1명보다 노력하는 선수 9명이 모였을 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거야”라고 말할 땐 감동적이기도 했다.
또한 ‘야구왕, 마린스!’ 마스코트 ‘마린이’가 공연 시작 전 무대로 나와서 관객들에게 직접 응원 구호를 가르쳐 준 것도 관객 참여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런 덕분인지 공연이 끝난 뒤 극장 로비에선 마린이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이 제법 긴 줄을 형성했다.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 대체로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기대보다 훨씬 재밌고, 의미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대호, 추신수 선수가 연상되는 내용도 볼만하더군요.” “초연이다 보니 약간 덜 다듬어진 감은 있지만, 재밌어요!” “‘엄마 마음’으로 봐서 그런지 가슴 뭉클한 대목도 있던 걸요.” “제가 힐링했습니다. 주위에 입소문 많이 내야겠어요.” “이참에, 최동원배 리틀 야구대회도 하나 만들면 좋겠어요!”
구체적인 감상평을 조목조목 들려주기도 했다. A 씨는 “아이들 노래와 움직임이 좋았다.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를 살린 디테일도 인상적이었다. 갑자기 최동원 추모 영상이 나와 당황했는데, 부산의 자랑 최동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리틀 야구단처럼 실제 운동을 하는 아이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실제와는 다르지만 재밌어요!” 오히려 그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은 더 감정 이입을 했다. B 씨는 “웃기고 슬프고 연기 잘하는 애들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며 “저 정도를 보여 주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싶어서 마음이 짠했다”고 이심전심 ‘부모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은 전 롯데 자이언츠 소속 좌완투수 주형광이 감독으로 있는 양정초등 야구부에서도 단체 관람을 했다. 이민혁(양정초 6년) 군 어머니 조은희 씨는 “큰 기대 없이 왔는데 가슴 뭉클했고, 진짜 오길 잘했다 싶었다”며 “야구시키는 부모로서 공감 가는 내용도 많았고, 아이들도 잘 집중해서 보는 것 같아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주형광 감독 역시 “아이들도 실제 경기를 하는 것처럼 신나 보였고, 팀워크의 중요성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역동적인 야구장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만큼 무대 연출에도 각별히 신경 쓴 듯했다. 실전을 방불케 하듯 전광판(LED)이 무대에 등장했다. 출전 선수 명단은 배우들 실제 이름으로 올라왔고, 타격이 진행될 때마다 볼과 스트라이크, 아웃이 표시됐다.
라이브(주) 강병원 프로듀서는 “스포츠를 뮤지컬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역동성을 전달하기 위해 전막을 LED로 무대를 구현했다”며 “경사 무대나 객석에 단차가 있으면 야구장 그라운드를 보기에 좀 더 좋았을 텐데 그 점은 좀 아쉽다”고 밝혔다. 강 프로듀서는 또 “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보기 원한다면 2층 관람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는 지역 청년 예술인에게 무대 경험은 물론 전문가와 협업할 기회를 주고자 신진 청년 예술인 30명을 선발해 ‘야구왕, 마린스!’에 참여시켰다. 분야별로는 배우 9명, 연주자 10명, 촬영 등 3명, 무대 예술인 8명(무대·조명·음향)이다. 이 가운데 배우 9명은 1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이들 청년은 “오디션이 부산에서 열린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라거나 “부산 출신 배우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갑고 설렜다”는 속마음을 전했다. 이어 “고향을 떠날 때 배우의 꿈을 안고 떠났는데 이렇게 배우가 되어 고향에서 공연하게 돼 벅차오르는 느낌”이라는 사실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이와 함께 해설 역을 맡은 강성진이 지난 6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부산이 영화 도시 인상이 강했는데 지금부터는 공연 중심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 것도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야구왕, 마린스!’를 더 잘 다듬어서 시즌2, 3으로 업그레이드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제작진 의지 못지않게 부산 관객들의 관심과 응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야구왕, 마린스!’는 16일까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